세-지를 이기기 위해선 인간의 도리를 갖지 않는 괴물(쿠보)이거나 그의 악을 알면서도 유쾌하다, 존경스럽다(신노, 아마카스)는 악마, 마인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3의 천적은 이 싸움처럼 그를 한명의 인간으로서 대등하게 바라보면 부의 감정을 가지지 않고 세-지의 급단에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걸 할 수 있는 자는 이 시점에서 머머리 아키라의 아버지 고조 뿐. 영원히 마나세 일가한테 고통받는 세-지... 만선진에서는 꽤 훈훈한 사이.
여튼 고조는 이제서야 세-지를 똑같은 인간으로서 대등하게 대해야 했다는 걸 깨닫고, 세-지는 처음으로 사람을 직접 공격하며 상대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감정을 약간이나마 품으며 고조를 도구가 아닌 생물로 인식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씬 중 하나. 원래 이렇게 인연이 있는 자끼리 주먹으로 치고 박으며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씬을 워낙 좋아해서요. 특히 여기서는 세-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재밌었죠. 결국 순수한 악에 처음으로 미혹을 보인 세-지는 바로 다음 턴에 신노가 다시 꼬드기면서 제정신(그러니까 순수한 악)을 차립니다. 그러나 사실 여기서 처음으로 보인 미혹이 숨어서 나타나지 않을 뿐 마음 속에서는 이미 '마음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 역시 8층 세-지전 이후 그의 결말에서.
「별로. 다시 느꼈을 뿐이야, 넌 굉장한 녀석이라고. 이런저런 병에 걸려서, 몸이 너덜너덜해지고,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상태로…… 쭉 참으면서 운명에 저항해왔지? 내가 당한 몇십배의 고통을 받고, 그야말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그저 혼자서 몇
년이나, 그런 일 누구도 절대 할 수 없어. 마음이 중간에 꺾여버리고 반드시 사는 걸 포기할거야. 꿈에 들어가서 어떻게든
살아남자, 라는 터무니 없는 걸 생각해내는 것도 실행하는 것도, 범인인 나는 불가능해.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도 이후로도 너뿐.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강한 남자뿐이라고」
인상깊은 세-지 노력충찬양론. 역시 머머리들도 그 굉장함은 알긴 아나 봅니다! 여튼 굉장히 공감가는 대사이며 이런 세-지에 대한 비슷한 감상을 아마카스도 품고 있죠.
아 그리고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기원의 원천은 뇌내마약이 만든 환상 따위에 지나지 않을리 없다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만선진의 홍균이가 떠올라서 번역하면서 좀 웃겼습니다.
――지금부터는 여담이다.
――대세에 어떤 파문도 미치지 않는다.
――남자는 변함없는 귀축인 채로. 철두철미, 구원 받지 못한다.
――절망은 찾아온다. 반드시, 반드시 온다.
――그것이 악마와 맺은 유일무이의 서약이니까.
머지 않아 통곡하면서 그는 분사(憤死)할 것이다.
「따라서, 한번 더다」
싸움의 전말을 보고 있던 남자는 권속의 생명을 되감는다.
그도 그럴게, 이곳은 히이라기의 성을 갖는 자가 창조한 세계.
아들이 하나 큰 결착을 냈다.
그렇다면 아버지 역시 어떤 업과 마주봐야 한다. 아마카스 마사히코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찌된 조화인지, 사람이 사라진 경내에 산산조각이 났을 터인 사람의 그림자가 다시 생겨난다.
요시야는 모르겠지만 노생이 살아있는 한 권속은 실질상 불사신이다. 꿈 속에서는 진짜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
아마카스의 한단과 연결되고 있는 세이쥬로도 그 법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수단 그 자체는 이상할 것 없고, 중요한 건 이곳에서 재기 시키려는 의도다.
종막 후에 패자를 일부러 무대에 서게 하는 이유따위 그에게 한가지 밖에 없다.
아마카스는 인간찬가를 노래하는 마인.
범인의 기준에서 현저히 일탈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사랑과 용기의 신봉자다.
지금 그는 전진관의 분투에 심히 매료되었다.
그렇기에 세이쥬로에게도 고난을 부여한다.
너의 용기, 너의 사랑, 이곳에 낙원을 보여주게 내 친구여.
인류 최초의 몽계공략자이며, 아마도 최강의 노생인 남자가 꿈을 고한다.
「그럼 시작해볼까 세-지. 지금부터가 네게 찾아오는 진짜 고난이다」
아들의 벽이 아버지라면, 세이쥬로에게 있어서 벽은 무엇인가.
찾아오는 또 하나의 극을 앞에 두고 아마카스 마사히코는 성자같은 자비를 품으며 미소짓는다.
그리고――
「―――흥」
모래시계가 되감기듯이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쓰루가오카하치만궁에서 재생됐다.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분한 듯 콧소리를 낸다.
그 태도에서 패배했다는 사실 이상으로 또 다른 초조함을 엿볼 수 있었다.
「수고를 들게 하는군」
그게 귀찮아서 어쩔 수가 없다, 라는 듯이 혀를 찬다.
여전히 그 심정은 변함없다. 요시아의 노생의 힘을 강탈한다, 그것만을 병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 결과도 그에게 있어서 아주 조금 예정이 어긋난 정도.
쉽게 뺏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 뿐이며, 그저 조금 수고를 들이는 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패배에 대한 기특한 반성심 따위, 여전히 티끝만큼도 가지지 않는다.
아니 애당초 세이쥬로에게 있어 노생이란 어느 시기에 되는가라는 인식 뿐이다.
그에 관해서 승리도 패배도 없고, 반드시 빼앗을 수 있는 것을 조기에 쉽게 손에 넣을지, 조금 애를 써서 후기에 얻을지 하는 차이 정도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머리 속에서는 이미 입수했다는 확신으로 움직이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김칫국부터 마시는 사고지만, 그걸 해내왔던 것이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남자다. 그러니 그 의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불변이다.
사랑에 졌다. 정에 졌다. 아아 그래서? 최후에 쓸데없는 발악이 될 뿐.
요시야를 역십자에 매다는 것은 한단 공략에서 조금 늦어졌을 뿐이다.
단지 그정도의 일이다. 자신은 어떤 실패도 하지 않았다, 허풍도 현실도피도 아니고 당연히 믿고 있다.
따라서 그것이 이 남자의 심지다.
사람으로서 중요한 것이 모두 결핍되어 있다.
병에 침식되고 있든 없든, 근성이 항상 외도 중의 외도.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사악하다.
내력이 파탄하고 있지만 정의로는 그에게 변화를 줄 수 없다.
그리고 그 질긴 모습도 거기에 근거가 있기 때문이었다.
「저건 아직 날 원망하고 있다」
동료 덕에 승리했다고 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다시 말하면 자력으로 날 공략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요시야는 내 급단에 다시 걸린다.
그때까지 잠깐이라도 즐기는 게 좋을 거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고가 평범한 발소리에 중단됐다.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뭐지?」
의심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그도 그럴게 이미 제5층에는 아무도 없다.
요시야는 떠났다. 이 계층을 답파했다.
그러니 돌아올 이유도 없고 그런 구조로 설정한 기억도 없다. 한단의 기초를 만든 세이쥬로이므로 거기에 관해 누구보다도 숙지하고 있다.
신노나 아마카스처럼 마를 농축한 기색도 아니라면, 대체 누가 와있는가.
그런 의문은 의외의 내방자의 모습에 의해 풀렸다.
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모습이, 지금, 내 앞에 서있다――
조용히, 바람이 두명의 사이를 흘러간다.
몇초의 침묵은 영원처럼 투명했다.
이렇게 마주봤던 적은 몇 번이나 있었는데도 마치 첫대면처럼 양쪽 모두 말없이 멈춰서있다.
그 짧은 시간에 각자 무엇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세이쥬로는 곧바로 팽팽한 공기를 삐뚤게 했다. 난처한 듯 미간을 찌푸린다.
「……고조, 네놈 왜 여기에 있나」
「너랑 마찬가지야. 요시야군이 살아있는 한 난 죽지 않아.
그쪽도 권속이지, 그럼 이치는 충분히 알거다」
「그런 걸 물은게 아니다」
이 손으로 죽이고, 그리고 살아난 이치 따위 물을 필요도 없이 파악하고 있다. 왜냐하면 방금 전 자신도 마찬가지로 이곳에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알 수 없는 것은 권속으로서 특성같은 게 아니라, 왜 이런 시기에 굳이 왔느냐는 것이다.
「이미 제5층은 답파됐다. 나온 결말은 뒤집을 수도 없고, 네게 그럴 이유도 없어. 그 두명에게 가세하러 왔나? 얼간이가, 상황도 보지 못할 줄은. 모처럼이니 가르쳐주지.
이 계층은 이미 역할을 마친 후다」
시련도, 장해도, 아무 것도 없다. 여기서의 행동은 만사, 쓸모없다.
「이해했으면 사라져라, 인형자식아.
남은 찌꺼기끼리, 에리코와 즐기고 있는게 좋을거다」
「아니,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 있어」
찔러오는 매도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고조는 한걸음 내디딘다.
아키라와 제법 닮은 의(義)의 결정같은 시선으로 세이쥬로를 직시하고 있다.
「몇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 난 널 내버려 둘 수 없어.
하다 남긴 일이 있으니까, 이렇게 몇번이나 창피를 당하고 있는거다」
「…………」
뭐지 이녀석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게다가 자신에겐 마음이 있다는 듯한 말투다.
우스꽝스러움을 넘어서 이젠 기가 막힌다.
「정말 주제넘는군. 시시한 위장 하지마라, 고조. 네 정은 내가 손에 넣었다」
「바보자식…… 넌 아직도 모르는거냐? 방금 전, 그게 원인이 돼서 요시야군에게 졌잖냐.
그 아이들의 강함을 보고도 정말로 아무거도 느끼지 못한거냐」
슬픔――따위 없을텐데, 그처럼 낙담한 표정을 한다. 점점 더 영문을 모른다.
외부에서 누군가 조작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정교한 가짜라는 가능성도 나왔다. 근데 그런것치고는 이 인형, 꽤나 진짜같다…… 세이쥬로는 그런 사고밖에 하지 못한다.
그게 굉장히 외로운 것이라고 애석해하는 고조를 여전히 눈치채지 못한 채다.
그래서 자신이 여기에 온 것은 실수가 아니었다라고 고조는 말한다.
진검으로, 그리고 참회하듯이.
「그렇네, 실은 알고 있었어. 넌 훨씬 전부터 그런 녀석이라는 정도는. 그래서――」
주먹을 쥐고, 힘을 넣어, 거구에 상응하는 근육이 부풀어올랐다.
그 용모랑 달리 언제나 싸움하고 인연이 없었던 남자가, 지금――
「그래서 난, 그걸 가르쳐주러 온거다!」
외치면서 일직선으로 뛰쳐나온다. 그리고 간신히 세이쥬로는, 조금이나마 상대에 대해 이해했다.
밉다, 화난다. 뭐야, 평소의 그거라며.
「이제 됐어, 닥쳐라」
보고 있기에 질리는 반응을 앞에 두고 나온 것은 성가시다는 한마디였다.
이런 촌극은 이제 끝이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없다.
「이번엔 고기 한조각 남기지 않을거다. 그러면 시끄러운 잡음도 멈추겠지」
생각해보면 빼앗을만큼 빼앗고 적당히 유기해서 귀찮은 일이 된거다. 잡초는 송두리 뽑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미친다.
날 미워하고, 날 알아라. 그 폭력은 닿지 않는다.
세이쥬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건 인간이 아닌 악마의 무리로 한정된다.
급단, 현상―― 제물의 십자가가 다시 악몽의 재래를 알린다.
「――크어억!?」
그래, 알릴 터였지만, 그러나.
「커, 헉…… 아――」
그러나――
「오오오오오옷――!」
그러나, 왜냐 어째서 ――역십자가 나타나지 않지.
주먹이 꽂힌다, 몇 번이나.
마치 농담인 것처럼 고조는 급단의 합의에서 벗어나 있다.
주먹이 턱을 뒤흔들고, 시야의 구석에서 별이 보인다.
비틀거리는 신체에 계속해서 두 대. 육체에 둔한 아픔이 퍼지고 무릎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현상에 일찍이 없었을 정도로 세이쥬로는 곤혹한다.
착각할리도 없이 이건 폭력…… 적의다.
정의의 분노나 세상을 지키는 사명감이라 해도 그것은 악감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적이라는 존재에게 향하는 공격의 의지로 가득 차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모든 선인이 재밌을 정도로 걸렸었다.
그럴텐데 그 전제가 지금 산산조각으로 분쇄되어 있다. 게다가 그것도, 하필이면 이 남자에게.
마나세 고조. 아둔한 남자. 자기 욕망에 소극적이고, 그 대신 타인에게 베푸는 것 외에 할 수 없는 굼벵이.
별 꿈도 갖고 있지 않는 그저 무능. 그리고 지금은 그 얼마 안되는 가치마저 남지 않은 빈껍데기일 터다, 그럴 터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냐!
「――크, 윽…… 바보같은!」
역십자가 발동되지 않는다. 그것은 즉, 이녀석은 날 미워하지 않는다는 거다.
공격을 가하고 있는 이상 그럴 수는 없는데. 그 현상에 미혹되어 이해가 가지 않는 세이쥬로랑은 대칭적으로 고조의 눈동자는 맑았다.
아아, 그치만 당연한거잖아, 라고.
「그건 말야, 세-지――」
이렇게 때리는 거도, 그에게 있어서 히이라기 세이쥬로가 밉기 때문은 절대 아니고.
「내가, 네 친구이기 때문이다!」
의연한 대답과 함께 뜨거운 주먹이 꽂힌다.
원한따위 어디에도 없다.
그래, 어디에도 없다. 왜냐하면 소중하니까.
「넌 분명히 내 정이나 마음을 모두 빼앗았을지 몰라. 그렇지, 분명히 난 한번 텅 비어버렸어. 근데 말야, 그게 어쨌다고. 요시야군이 보여줬잖냐」
기억도 마음도 빼앗긴 그가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누구든 자연스레 배우는, 감정이라 부르는 것의 본질이다.
「마음은 물건이 아니라고.
얼마든지 솟아나는 거다――!」
때려 박는 언령은 오로지 성실하게 세이쥬로를 바로 관철했다.
그건 인간으로서 아주 당연한 진실이다.
정신은 샘이나 마찬가지, 어쩔 때는 이치나 이론이라는 척도를 가볍게 능가하는 인류가 가긴 꿈 그 자체다.
애당초 한단이라는 보편무의식 그 자체가 집성된 마음의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영역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기원의 원천. 그것은 단순한 신경전달작용이나 뇌내마약이 만든 환상 따위에 지나지 않을리 없다.
말할 필요도 없는거다, 어쩔 수가 없는.
그러므로 세이쥬로라는 남자는 지금 생각지도 못한 천적과 마침내 맞서게 된 것이다.
고조는, 지금은 이 친구에 대해 증오를 갖지 않는다. 하물며 중병환자가 딱하다는 생각마저, 마음 속에 한조각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녀석과 자신은 대등하니까.
그리고 귀축외도라 해도 함께 보낸 시간은 거짓말이 아니니까.
고조는 받아들인 것이다. 그의 업을 직시하고, 거기다 부정도 하지 않는다.
얼마나 죄를 지었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여, 세이쥬로에 대해 순수한 친구의 정을 향하고 있다.
그 주먹에 담긴 것은 뜨겁게 불타는 우정의 불꽃, 역십자가 발동할리가 없다.
히이라기 세이쥬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은 애당초 사람의 도리를 모르는 인외(人外). 혹은 그를 유쾌하다 생각하는 악마의 무리에 한정된다.
그렇게 생각했던 사실은 그러나, 제3천적에 의해 박살났다.
무시무시한 사악을 이기는 것은 언제나 사랑과 정의.
그를 사랑하고, 그 구제할 길 없는 본성마저 긍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성자가, 병들어버린 남자를 꿰뚫는다.
그리고 슬프게도, 악당은 그 깨끗함을 이해할 수 없다.
그저 불쾌하고, 귀찮고, 성가셔서 어쩔 수 없다.
그렇기에――
「알지도 못할 개소리를, 떠들지마……!」
단지 우직하게 상대를 되받아칠 수 밖에 없었다.
형용할 수 없는 가슴의 쑤심…… 그걸 뿌리치듯이 고조의 안면을 강타한다.
「―――――」
그 순간, 손에 전해진 감촉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그건 처음으로 사람을 때린 감상이었을 거다. 세이쥬로는 사실, 이 때 타인이라는 걸 처음으로 직접 공격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인간을 공격해왔다. 빼앗고, 능멸하고, 버려왔다.
그에게 있어 타인이란 애당초 먼지이며, 자신에게 공물을 헌상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세이쥬로가 휘두른 폭력, 찬탈, 외도 등등, 거기엔 필연적으로 빠진 것이 있다.
즉, 그것은 “방위심”――
눈앞의 존재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그래서 없애려하는 원시적인 감정. 공포.
지금 세이쥬로는 몸을 괴롭히는 병마 이외에 처음으로 공포를 품고 있다. 고조를 때리는 일 자체는 과거에 몇 번이나 했었지만 이 아둔한 남자에게 우려를 품은 것은 이 때가 정말로 처음.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나 성가신 몽매를 시야에서 없애왔던 지금까지와는 분명히 다르다.
무서운거다. 모르겠다. 다가오지 마, 내게 상관하지 마라며, 감정 그대로 무모하게 날린 주먹은 그렇기에 서투르고, 이어지는 일격도 예비동작을 알 수 있는 변변찮은 것이었다.
한마디로, 꼴사납다.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어둠의 천재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곳에는 살아있는 감정이 농축되어 있다.
네놈이 왜, 가차없이 날 때리고 있느냐고. 그게 너무나 용서가 안돼서, 그러니 굴복시키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은 물건, 내 물건이다. 그럴텐데 이제와서 네놈이 거역하지마.
그 일심으로 이런 비효율적인 반격을 왜인지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이 장소에서 세이쥬로가 제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초조한 채로 아이처럼 익숙치 않은 싸움을 계속하고 만다.
「큭…… 모르는 놈은, 그쪽일텐데!」
반격으로 전환하는 고조의 목소리가, 눈물이 흐를만큼 기쁘게 들리는 게 더욱 아니꼬왔다.
어쩌면 고막까지 이미 망가졌을지도 모르지만.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패배따위 있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제 분수를 알려주면 분노로 불타오를 것이다.
치고 박는다 오로지. 책략도 승산도 여분은 일절 없이.
고집을 세우며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서로 부딪히는, 두명의 남자.
환자라든가, 빈 껍데기라든가, 우열의 차이는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똑같은 한사람과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상대에게 주먹으로 마음을 전한다.
길고 긴 시간의 끝에 그들은 지금, 겨우 대등한 관계를 구축했다.
「애당초 세-지, 옛날부터 난 너가 마음에 안 들었어」
손에서 피를 흘리면서, 그런데도 어딘가 기쁜 듯이 고조는 추억의 이야기를 한다.
아아, 시끄러워. 닥쳐라 쓰레기가. 네놈같은 왜소한 세계관으로 히이라기 세이쥬로를 들먹이는 게 얼마나 모독적인 일인지 모르는건가.
「에리코씨에게 하는 짓, 주변에게 하는 신랄한 태도. 자신만만인 건 좋지만, 감사의 말을 한번도 한 적 없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얼마나 삐뚤어져 있는거냐 넌. 나나 에리코씨가 없어지면, 네놈은 외톨이가 된다고!」
「그게, 어쨌다고――!」
아무래도 좋아. 쓸모없는 일따위. 이제 그만 쓰러지라고 팔을 휘두른다.
「어중이떠중이의 똥찌꺼기를, 어째서 내가, 일일이 신경쓰지 않으면 안되는거냐! 네놈들이야말로 누구 허락을 받고 내 주변을 돌아다니는거냐. 따라오라고 명령한 적 따위, 한번도 말한 기억이 없어!」
그럴텐데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이 남자는 언제나 이렇다. 보통의 일반론을 당연히 진리라고 말한다.
그건 내게만은 맞지 않는다고 대체 언제나 돼야 눈치채는 건가.
어쩌면 눈치채고서도 달려드는거라면 약도 없다.
이자식은 이미 죽어도 낫지 않는 바보일거다.
그러니 여기서 죽여주마. 그리고 두 번 다시 내 앞에 서지 못하게 한다.
「필요없는 일을, 언제나 기를 써서 전하려 하나」
그래, 그러니 방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든 이유를 다 파악하지 못할 만큼.
「네놈 정도가, 내게 뭘 가르치려 드는거냐.
도구라면 상응하는 태도를 해라. 날 귀찮게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게 도리일터다……!」
이자식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끈질기다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뭣보다, 뭐냐 네놈은. 대체 뭐냐, 이 상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밉겠지? 그럼 왜, 대체 어째서 내 꿈에 걸려들지 않는거냐!
네 정은 적의를 품지 않고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냐!」
「아아, 열받고 말고! 하지만 그건 너에 대해서가 아냐. 이렇게 될 때까지 결착을 내지 못했던 나 자신이…… 열받아서 어쩔 수가 없는거다!
그래서 널 막는 건 내 역할이다.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어. 너가 소중하니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거다. 간단한 일 아니냐고」
간단? 어디가, 이제 도저히 이해불능이다.
다른 차원의 말이라도 하고 있는지 세이쥬로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들어오는 일격일격에 담긴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심장을 스쳐가는 그 자극을 지금도 파악하지 못하고 곤혹하고 있다.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어찌할 수 없는 남자다. 악 그자체의 인간이다.
구제할 길 없는 근성을 갖추고 있고, 방치해두면 해악을 몰고 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걸 받아들일지 말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걸 인정하기까지 고조는 이렇게나 시간이 걸려버렸다. 그가 깊이 한탄한다면 그런 일에 대해서일 것이다.
고조의 뺨에 한줄기, 뜨거운 피가 섞인 방울이 흘러내렸다.
「미안했다, 세-지…… 내가 이렇게 도움이 되지 않아서.
친구인데도 네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없어서 여기까지 우회해버렸어……」
「뭔, 개소리야」
「별로. 다시 느꼈을 뿐이야, 넌 굉장한 녀석이라고. 이런저런 병에 걸려서, 몸이 너덜너덜해지고,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상태로…… 쭉 참으면서 운명에 저항해왔지? 내가 당한 몇십배의 고통을 받고, 그야말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그저 혼자서 몇 년이나, 그런 일 누구도 절대 할 수 없어. 마음이 중간에 꺾여버리고 반드시 사는 걸 포기할거야. 꿈에 들어가서 어떻게든 살아남자, 라는 터무니 없는 걸 생각해내는 것도 실행하는 것도, 범인인 나는 불가능해.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도 이후로도 너뿐.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강한 남자뿐이라고」
그 시선에 꿰뚫어진 세이쥬로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목에서 말이 나올 거 같지 않다.
언제나처럼 당연하다고 단정하면 된다.
네놈에게는 그럴거다라고, 멸소하면 그걸로 된다.
바보처럼 말없이 굳을 필요따위 없다.
고조의 머리가 너무나 경사스러워서 반론마저 까먹은거다. 어떤 공격보다도 저 말이 독으로 느껴졌다.
그런, 혼란스러운 세이쥬로를 보고, 고조의 입끝이 살짝 올라간다. 피와 흙으로 더러워지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는 용감했다.
거기엔 부의 감정따위 일절도 없이――
「그래서 난 널 존경한다.
그래서 난 널 깔보지 않아.
같은 땅을 걷는다, 똑같은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소중한, 내 자랑의 친구다!」
그 때문에 자신은 히이라기 세이쥬로를 내버려 둘 수 없는 거라고.
지금 이 순간, 흘러넘치는 우정은 틀림없이 한단의 꿈에 있어서도 유달리 빛나는 진실이었다.
「――――, 닥쳐라!」
자신에게 던진 고조의 말. 그게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과연 세이쥬로도 이해했다. 순간 나온 목소리는 여유를 잃고 궁지에 몰린 듯하게도 들린다.
「기분 더러워, 성가시니까 들러붙지마!
어디까지 불쾌한…… 마나세 고조, 너같은 멍청한 남자를 난 본 적 없어.
말했을 터다, 네놈들은 내 도구라고.
타인이라는 주춧돌 주제에, 의미도 모를 소리를 잘도.
짐작도 안가는 감정을 내게 향하지 마, 그런 건 네놈의 마음에 만든 적당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아!
난 나다! 있는 그대로 귀축이 됐다! 그 순수함을 이제 와서 건들게 할까보냐아아――!」
「어쨌든 좋지 않냐, 내가 멋대로 그렇게 생각할 뿐이니까. 몰인정하게 당하는 거도 익숙해졌다고. 이제 와서 이런 걸로 널 버리지 않아」
뭣하면 지옥까지 함께 해도 괜찮아, 그렇게 밝게 말하는 고조.
분명 세이쥬로를 상대하기엔 염라나 귀신조차 애먹을테니까.
이제 두 번 다시, 이 마음을 잃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래서 이게, 나 나름의 네 도움이 되는 일이다. 세-지가 진정한 의미로 살아갔으면 해. 바라는 건 그 뿐이다」
아무렴 살아서 악귀나찰이 될 필요는 없다. 죽고난 다음에도 충분해, 그 전에 햇빛 아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거라고 말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빛나려고 노력하는 것. 그걸 모를 세이쥬로가 아니니까.
「――크, 후후, 하하하하하. 잠꼬대는」
그러나 세이쥬로는 비웃는다. 어처구니 없다고. 멍청이나 할 말을 잘도 한다.
「살아가는 것에 거짓이나 진실이 있을리 있겠나……」
「말했잖아―― 그걸 가르쳐 주겠다라고!」
정면에서 크로스카운터. 서로 턱이 흔들린다.
부러진 이가 피토와 함께 흩날리지만, 그래도 두 명은 싸움을 그만두려하지 않는다.
「크으, 으윽……!」
대체 몇 번을 때렸는지…… 그리고, 몇 번을 맞았는지.
「――커헉, 치잇」
세는 것도 어리석을 정도로 주먹과 마음을 충돌시켰다.
그들의 싸움은 시종일관, 우정과 거절의 충돌이었다.
절대적 독존을 조금이라도 벗겨주려는 듯이. 그리고 한쪽은, 거기에 지지 않도록 날뛰며 대응하고 있다.
결국은 진심으로, 본심으로, 꾸밈없는 마음으로 맞서고 있다. 세이쥬로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장식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신으로 대항하고 있다.
왜냐면, 이 악랄한 남자는 한번도 자신을 속이지 않았으니까.
다만 타인이라는 것들이, 언제나 그에 대해 착각하는 인생이었다.
무서워한 나머지 직시하지 못하고, 항상 세이쥬로의 본질을 잘못 인식한다. 혹은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됐을 거라고, 제멋대로인 소망을 강요한다. 그리고 파멸을 당하고, 그제서야 그가 구제할 길 없는 인간이라고 이해하고 절망한다.
따라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고조는 쓰러지지 않아, 버리지 않아, 악마라고 알면서도 믿어준다.
자신의 깊은 어둠을 접하고, 깊게 상처 입고 그러면서도 더욱 쫓아오려는 존재 자체가, 세이쥬로에겐 미지였다.
마치 도리가 다른 이생물.
이녀석에 대해 알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일 수 없다. 향후에 반드시 방해가 된다.
그게 불쾌, 불쾌하고 불쾌해서 어쩔 수 없으니까――
세이쥬로는 바란다.
마나세 고조라는 인간이 어떤 생물인지 가르쳐달라고.
타인에 대해 마음 속으로부터 경계했다. 그것은 처음으로, 상대의 마음을 무겁게 파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의식적으로 내린 판단을 본인은 눈치채지 못한다.
「하하, 하하하하하……」
그래, 언제나 눈치채는 쪽은 세이쥬로가 아니고 고조 쪽이었다.
정말 뒤치다꺼리에 애가 간다고, 그는 친구에게 이를 악무는 듯한 쓴웃음을 짓는다.
「꿈도 버릴만한 게 아니다, 인가. 아아, 확실히 그렇네. 현실에서 이런 일은 할 수 없었어. 오랜 사이인데도, 서로 부딪히는 것도 하지 못해서…… 그런데 어때. 우리들은 처음으로 이렇게 서로 치고 박고 있다.
이봐 세-지, 어떤 기분이냐? 난 기뻐서 참을 수 없어」
적의든 경계심이든 알까보냐라고 고조는 생각하고 있다. 받은 주먹에서 상대의 마음이 강하고 뜨겁게 전해지니까.
넌 뭐하는 놈이냐라는 질문이, 그저 기쁘고 기뻐서 어쩔 수 없다.
처음으로 자신을 한사람의 남자로서 히이라기 세이쥬로가 인정하고 있다.
「그래 더다. 진심으로 와라. 얼마든지 받아줄게.
이 순간에 이르러, 난 진정한 너와 만난거다――!」
「걸리적거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따라서 세이쥬로는 포효한다.
뭐 하나도 알 수 없으니까, 다가오지마. 꺼져버려.
네 모든 것을 이번에야말로 다 빼앗은 다음에――
「시시한 넋두리를, 나한테 쫑알대지마아아!」
결별을 바라면서 전력을 담은 일격을 가했다.
혼신의 타격이 작렬했지만, 고조는 쓰러지지 않았다.
당연해. 이녀석은 어쩔 도리 없이 머리회전이 나쁘다.
이정도로 포기할 남자가 아니다. 반드시 다시, 건방지게 내게 이를 드러낼 것이다.
그 예측은 정확, 곧바로 녀석은 다시 돌격해온다. 눈에 담긴 투지는 흐려지지 않고 세차게 불타오르고 있다.
「분수도 모르는 놈이」
이길 작정인가, 웃기는군. 급단을 봉인당한 정도로 내게 네게 뒤떨어질 터냐.
좋아. 어느쪽이 위인지 이걸로 알게 해주마――!
그리고――
「고오조오오오――――!!」
「세에지이이이――――!!」
격돌하는 소리가, 쓰루가오카하치만궁에 몇 번이나 메아리쳤다.
이정도의 열과 아픔은 처음이라고…… 드디어 아주 조금이라도, 한명의 남자에게 깨닫게 해주면서.
달빛이 비추는 아래, 두명의 싸움은 언제까지고 계속된다.
함께 보낸 모든 시간이, 여기서 하나의 결과를 만들 것처럼. 쭉,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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