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지를 이기기 위해선 인간의 도리를 갖지 않는 괴물(쿠보)이거나 그의 악을 알면서도 유쾌하다, 존경스럽다(신노, 아마카스)는 악마, 마인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3의 천적은 이 싸움처럼 그를 한명의 인간으로서 대등하게 바라보면 부의 감정을 가지지 않고 세-지의 급단에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걸 할 수 있는 자는 이 시점에서 머머리 아키라의 아버지 고조 뿐. 영원히 마나세 일가한테 고통받는 세-지... 만선진에서는 꽤 훈훈한 사이.

 여튼 고조는 이제서야 세-지를 똑같은 인간으로서 대등하게 대해야 했다는 걸 깨닫고, 세-지는 처음으로 사람을 직접 공격하며 상대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감정을 약간이나마 품으며 고조를 도구가 아닌 생물로 인식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씬 중 하나. 원래 이렇게 인연이 있는 자끼리 주먹으로 치고 박으며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씬을 워낙 좋아해서요. 특히 여기서는 세-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재밌었죠. 결국 순수한 악에 처음으로 미혹을 보인 세-지는 바로 다음 턴에 신노가 다시 꼬드기면서 제정신(그러니까 순수한 악)을 차립니다. 그러나 사실 여기서 처음으로 보인 미혹이 숨어서 나타나지 않을 뿐 마음 속에서는 이미 '마음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 역시 8층 세-지전 이후 그의 결말에서.


 「별로. 다시 느꼈을 뿐이야, 넌 굉장한 녀석이라고. 이런저런 병에 걸려서, 몸이 너덜너덜해지고,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상태로…… 쭉 참으면서 운명에 저항해왔지? 내가 당한 몇십배의 고통을 받고, 그야말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그저 혼자서 몇 년이나, 그런 일 누구도 절대 할 수 없어. 마음이 중간에 꺾여버리고 반드시 사는 걸 포기할거야. 꿈에 들어가서 어떻게든 살아남자, 라는 터무니 없는 걸 생각해내는 것도 실행하는 것도, 범인인 나는 불가능해.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도 이후로도 너뿐.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강한 남자뿐이라고」

 인상깊은 세-지 노력충찬양론. 역시 머머리들도 그 굉장함은 알긴 아나 봅니다! 여튼 굉장히 공감가는 대사이며 이런 세-지에 대한 비슷한 감상을 아마카스도 품고 있죠.  

 아 그리고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기원의 원천은 뇌내마약이 만든 환상 따위에 지나지 않을리 없다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만선진의 홍균이가 떠올라서 번역하면서 좀 웃겼습니다.



Posted by 치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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