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선배를 좋아해서 매니저를 하는 거니까요. 다른 부원도 똑같이 돌봐주는 건 관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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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전혀 나지 않는다. 바로 곁에 있는 이녀석의 얼굴에 손을 뻗는 것조차 할 수 없다.

죽인다면 지금. 클라우디아한테 삶의 갈망을 빼앗는다면 이때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을 앞에 두고도, 얕궂게도 그걸 해낼 힘이 없다.

지금까지 몇천명이나 죽여왔고, 인간을 초월한 존재도 부숴왔다. 살인은 내 주특기로, 누가 상대든 지지 않을 자부가 있다.

그럴텐데, 얼마나 이상한 운명인가. 역대 최고로 죽이지 않으면 안 될 때에, 이런 다 죽어가는 여자 하나 맘대로 할 수 없어.

화내야 할지 한탄해야 할지, 아니면 웃을 수 밖에 없나. 그런 것조차 알 수 없게 됐다.

가까스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입 뿐.


「널 죽이고 싶다」


 절실히 그렇게 중얼거린다. 볼 품 없다든지 그런 걸 생각할 기분이 아니었다.


「죽이고 싶어, 클라우디아.

 그러니 말해, 죽고싶지 않다고」


말해, 내 혼을 세워라. 너의 빛을 보여서 다시 밤에 날개를 펼칠 힘을 줘.

간원같은 살의이자, 위협같은 고백이었다. 정말이지 꼴사납지 짝이 없지만 난 이런 방식밖에 자신의 기분을 표현할 수 없다.


「네놈은 내거잖냐. 날 위해 활짝 피고, 날 위해 시들어라.

 장미가 되어 생명을 내놔라. 그게 네 역할이다 빌어먹을 여자


「천사는 아름다운 꽃을 내려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 싸우는 자를 말합니다.

 제가 나이팅게일을 존경한다는 얘기는 했었죠. 지금 것도 그녀의 말이에요.

 그러니 전 꽃보다 천사가 되고 싶어. 당신같은」





「당신을 좋아합니다 빌헬름.

 내게 이 마을 주기 위해 싸워 준 천사를 클라우디아는 사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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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게 해서 미안. 하지만 약속을 지키러 왔어 히고로모. 내가 너를 구해내보겠어」

소년의 모습을 본 순간 단번에 핏기가 당겼다.

역십자를 천국으로 이끌기 위해서 백년의 시간을 넘어 성자가 나타난다.


「오지마아아아아아────!


이 구도, 이 전개── 아아 믿을 수 없어. 그녀는 그것을 지식일뿐이지만 잘 알고 있다.

지금부터 자신이 대체 어떤 말로를 더듬게 되는가.


「그만둬, 사라져, 가까이 오지마. 여기를 보지마. 내려다보지마! 나를 원망해! 」


일찍이 히이라기세이쥬로가 에리코의 손으로 정화되면서 분사했던 때와 동일.

상대의 병소를 직시하면서 순수한 애정을 향해오는 존재야말로,

그들에게 있어 진정한 파멸을 가져오는 노생 이상의 괴물이다.

이 이상의 맹독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뭐야 그거 바보 아냐? 경사스러운것도 정도가 있어 이 광인(狂人)이!
착각도 심하네. 너따윈 결국 내게 있어──」



「도구지? 그래도 상관없어」

그리고 겨우 닿은 그녀의 손을 살포시 양손으로 감싼다

접한 피부에 부드러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좋아하는 사람의 손이라고 생각하면 어찌됐든 수줍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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