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하고 下 사이에 간극이 있습니다. 설마 이 번역질을 클리어 안한 분이 보지는 않을테니...
아키라가 아마 유일하게 활약하는 파트. 사실 팔명진 히로인들이 제대로 활약하는 때는 각 루트 최종전 뿐이지만요. 마사다 왈 히로인들이 있어야 각 루트 최종보스를 이길 수 있다고 했으니 그말대로 되긴 했습니다. 이 파트 묘사에서 나오듯이 아키라의 급단은 조건이나 성능 자체가 그렇게 놀라운 건 아닙니다. 다만 세-지에게 완벽한 상성을 자랑하는 기술이라. 좀 다르지만 좀비몹한테 치유마법을 거는 느낌이랑 비슷하달까요! 여튼 작중에서 노생들이나 쿠보 등을 제외하면 분명 최강급이긴 하지만 묘하게 상성이 안맞아서 이래저래 고통받는 세-지. 이 뒤에 이어서 또 다시 마나세 일가한테 괴롭힘 당합니다!
노생이란 도구에 대한 집념을 작중 내내 광기를 품으며 보여준 세-지가 딱 한번 다른 도구에 눈을 돌리고 그게 패배의 결정적 이유가 되죠. 만선진에서 헤이세이(현대 버전) 세-지는 아키라(이 시점에서는 할망구)에 대해 '이상하게도 이길 수 없는 신기한 사람'이라고 묘사하는데 이 싸움에서의 인연을 떠올려보면 참 훈훈하기도. 여기서 아키라가 바라는 정당한 히이라기 가족의 모습이 만선진에서 구현됩니다.
<공기가 맛있어!>, <동정했구나, 나를――>는 세-지의 히트대사들. 가끔 샤워하면서 혼자 외쳐보면 재밌어요 이거. <동정했구나, 나를――>은 세-지의 키메세리후란 느낌. 판매용 세-지 셔츠엔 아예 공기가 맛있어란 단어가 박혀 나오죠. 디자인을 좀만 더 센스 있게 만들었다면 샀을지도... 어쨌든 이 대사들은 만선진의 역십자 난텐이 그대로 오마쥬.
처음 플레이 할 때 세-지가 최후의 발악으로 꺼내드는 수수께끼의 왼팔이 요시야의 무엇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수기를 봐도 알 수 있으며 클리어 후에는 쿠라나의 왼팔임이 확실해지죠. 그런데 문제는 수기를 보건데 쿠라나의 왼팔을 강탈한 시점이 요시야들이 한단에 진입하기 전으로 추측되며, 그렇다면 이 시점까지의 쿠라나의 왼팔은 강탈당한 셈인데도 공통루트의 신노 대 쿠라나 전에서 쿠라나가 왼팔을 이용한 급단발동을 노리는 듯한 묘사는 무엇인가 입니다. 오류인건지 내가 이해 못한건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요시야는 이 싸움에서 마지막까지 세-지의 혈통을 받지 않았다며 그를 아버지라 인정하지 않습니다. 8층 세-지전의 핵심.
「기다렸다 이 순간을!」
죽을 병과 결별, 초월자로서의 신생은 이제 곧. 자, 노래해라 나의 구세주―― 지금이야말로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재탄생한다!
「안돼, 냅둘까보냐……앗」
그런 결말은 아키라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발자국 떨어진 위치에서 되는대로 희롱당하는 요시야를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녀의 눈으로도 잘 안다. 지금 그는 모든걸 잃어버리면서 절망과 고통 속에서 필사적으로 계속 싸우고 있다. 자신이 아주 좋아했던 부분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그 대신에 죽을 병으로 차례차례 바뀐다. 솔직히 정말 보고있을 수 없다. 저래가지고는 마치 병마를 담는 고기그릇일 뿐 아닌가. 비참한 모습인데도 그것을 본인이 제대로 감지할 수 없어서 더욱 가슴이 매인다. 사고능력마저 이제 한조각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지적인 눈동자가 진흙처럼 탁해져간다…… 무저항의 모습은 마치 인형같다, 외도의 교환작업을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계속 받고 있다. 역십자에 매달려있는 부러워해진 결과가 눈에 들어왔다.
「모두 이만큼이나 빼앗겼어……」
그 평온한 나날의 그림자에서 고조와 에리코는 대체 어느만큼의 파멸을 새겨져왔던 것일까. 괴로움을 알아주는 것은 이제 할 수 없지만, 요시야마저 저 남자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반드시 지킨다. 그걸 할 수 있는 건 단 한명, 자신뿐. 꿈을 가속해라 마나세 아키라―― 지금이 진정한 중대국면이다!
「저기, 들리니…… 요시야」
세이쥬로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
「걱정같은 거 전혀 안해도 좋으니까」
소중한 건 그. 달래주고 싶어, 안아주고 싶어. 가슴에 머무는 이 따스함을 한번 더.
「너에 대해서라면 난 뭐든 알고 있어. 아버지에 대해, 에리코씨에 대해. 아유미에 하루미츠, 린코나 미즈키나 나루타키에, 천신관부터 전진관까지. 쭉 함께 자랐고 같은 경치를 봐왔으니까. 전부를 빼앗기고, 모두를 잊어버려도…… 그때마다 추억을 덮어줄 수 있어. 난 결코 잊지 않아. 왜냐하면, 요시야를 정말 좋아하니까」
얼마나 나눠준다 하여도 사라질 수 있을 감정이 아니다. 내 마음은 물건이 아냐.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맹세했었지. 어떤 아픔도 반드시 치료해준다고! 흐아아아아아아――――앗!!」
불굴의 정신이 아키라의 꿈을 한층 더 예리하게 만든다. 진의 기도[각주:1]가 다시 요시야 속에서 가득 차도록. 바라는 건 단지 그것뿐, 따라서 하나의 감정에 건 힘이 일찍이 없었던 기적을 일으킨다. 번쩍이는 빛이 역재생처럼 결손부위를 덮어가며 지금까지 불가침이었던 병에도 서서히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이 그대로 형태로 나타난 것 같은 광경은, 확실히 자애의 분류다. 보는 사람을 매료하는 빛의 소용돌이, 성스러운 입자가 상처투성이의 용사를 포옹한다.
「――부러워」
그리고, 그런 걸 보고도 이 남자의 좀이 쑤시지 않을리 없고. 번뜩이는 기아의 시선이 치유의 꿈으로 휘감겼다.
「너의 힘이 처음부터 내게 있었더라면」
세이쥬로는 아마카스의 권속이 되어 마인화 했지만, 그걸로 병을 완전히 지워낸 것은 아니다. 다만 지극히 튼튼한 생명체로 변모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은 견딜 수 없는 업병을 짊어진 채로 생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에도 세이쥬로는 변함없이 여전히 병들고 있다. 그가 이 고통에서 해방된 것은 생애 단 한번도 없다. 그렇기에 아키라의 꿈을 선망한다. 자신에게 저러한 게 있었더라면 아주 편했을 거라고.
「시끄러! 나라고 해서!」
그리고, 그 망집을 피부로 느낀 아키라는 웃기지 말라고 생각한다. 후안무치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처음부터, 너가 이런 남자가 아니었다면……!」
얼마든지 치료해 줄 수 있었고, 그 회복을 바랐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이만큼이나 살고싶다고 이 남자는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까. 세이쥬로의 어둠을 이해하고, 생존에 대한 엄청난 갈망을 알고, 그 마음은 더 깊고 강해졌다. 아키라도 지금 좋아서 싸우는 게 아니다. 요시야나 천신관의 동료들도 적을 쓰러뜨리고 싶어서 이렇게 용사극에 몸을 던지고 있을 작정은 아니다. 악당 이외에는 도와달라고 요구한다면 기꺼이 손을 뻗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양식도 갖고 있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어째서 뼈속까지 이렇게 무서운 남자인걸까라고. 만약 이 귀축외도가 그저 당연한 요시야의 아버지였다면, 이제 와서 슬플 정도로 생각해버린다.
그건 있을 수 없는 만약의 이야기. 우리들, 소꿉친구들이 떠들고 있는 걸 언제나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고조와 에리코. 그 풍경에 히이라기 세이쥬로 존재했어도 좋았을 거다. 그가 정말 조금이라도 정당하다면…… 분명 편벽한 인텔리 아버지로서 내 아버지나 아들인 요시야와 매일 말다툼을 하고 있었겠지. 말이 심하잖아. 시끄럽다 아둔한 놈. 그런 말투는 너무하잖냐 세-지……라고 뻔한 다툼을 시작하는 세명 사이에서 그저 허둥지둥하는 에리코씨. 그리고 우리들은 그걸 멀리서 바라보며, 아아 또냐 라며 어깨를 으쓱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언제나 그런 느낌으로 소란스럽고 쓰다듬으며 으르렁거리는. 그러나 마지막엔 언제나 깔끔하고 둥글게 정리되고. 그런 상냥한 세계가 있었다면 병이 발병한 세이쥬로를 일치단결하여 구해내려고 분주히 돌아다녔을 것이다. 치료용의 한단을 어떻게 해서라도 현실로 꺼내자며 우리들은 뜻을 같이할 것이 뻔하다. 결국, 세이쥬로의 인덕이 그 미래를 파괴했다. 타인을 표본으로서 수탈해 온 남자는, 지금 가장 바랐을 터인 건강을 손에 쥘 수 없다. 그게 아키라가 이 귀축에게 보내는 마지막 자비였지만, 그러나.
「동정했구나, 나를――」
요컨대 그 감정은 연민이다. 찾아온 호기를 역십자는 놓치지 않는다. 미칠 듯이 기뻐하며 드디어 그녀도 수형자의 고리에 걸렸다.
「아――――」
병에 찌든 마수가 다가온다. 일직선으로 내 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주마등처럼 연장되는 체감시간. 순간을 영겁같이 느끼면서. 미라처럼 마른 다섯개의 손가락이 아키라의 진심을 잡았다. 그리고 두명은 눈치채지 못한다. 이것은 한단에 들어가고 나서 처음으로 보인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변심이라는 걸. 노생이 되는 것을 꿈꿔왔다. 일심분란으로 그저 강하게. 그것이 지금 아키라의 꿈으로 목적을 변경한 것이다. 이 국면에 있어서 제1목표를 잃었다. 망집의 근간이었던 삶에 대한 갈망은 그의 안에서 너무나 강하다. 격렬한 충동은 이성의 사슬을 뿌리쳤다. 그걸 기회로, 계획대로 진행되던 현상은 뜻밖의 사태로 바뀐다.
「날 치유해라, 지금 당장……!」
세이쥬로는 아키라에게 바란다. 부디 내게 빛을 달라고.
「그래, 내가 널 치유해줄게」
아키라 역시 세이쥬로에게 바란다. 어둠을 없애주고 싶다고.
요구하는 자와 주는 자. 서로가 서로에게 같은 미래를 손에 쥐었다. 즉 합의, 둘이서 만든 틀에 빠져든다.
「그대가 날 의심해도, 난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 그대는 소중한 사람이니까」
뽑아내는 그 말은 의(義)의 견사의 대명사.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축생을 앞에 두고 이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인간은 과거 두사람 뿐이었다. 그리고 아키라는 마나세 고조의 딸이다.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동경하고, 자랑스러워 하며, 사랑하고 있다.
「급단·현상――」
세이쥬로의 실책은 그 사실을 이 국면에서 잊은 것. 그에게 가장 귀찮은 인종의 피를 잇고 있는 아키라를, 그 부수하는 위험성을 무시해버린 것에 있다. 그만큼 이 남자가 품어왔던 병마는 무겁다. 따라서――
「이누카와 소스케―― 요시토!」
찰나, 사랑을 빼앗기기 직전에 솟아오른 것은 성스러운 빛의 기둥. 요구한 하나의 결과를 향하여, 여기에 협력강제가 발동된다.
「후후, 후후후후후. 크크크크크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의도찮게 눈을 뜬 아키라의 급단. 폭발적인 빛의 파동을 받고, 세이쥬로는 목이 갈라질만큼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나게 웃는다. 왜냐하면, 이 한단은 공격적인 것이 아니었다.
「공기가 맛있어!」
상쾌한 호흡을 할 수 있다.
「몸이 가벼워」
몸 속의 결정이 사라졌다.
「멋지구나! 이것이 죽을 병이 사라지는 감촉이란 건가!」
천사의 축복을 받은 듯이 모든 병이 치유되어 간다. 바라던 자신의 신체를 얻고, 쾌유의 고양을 소리 높여 갈채한다.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생애는 항상 고통과 함께였다. 시한폭탄처럼 차례차례 발병하는 불치의 업병. 폭풍우처럼 덤벼드는 격통, 환각. 곪아 썩어가는 오장육부. 적출 불가능한 뇌종양. 좀스럽게 뜯어먹히며 죽음에 직면하고 있는 공포와 분노, 그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이 빛으로 사라져간다. 일찍이 없던 해방감이 생기가 되어 그의 안에서 질주한다. 최고다, 이거다 신세계―― 비원을 마침내 성취했다!
「아주 잘했어, 칭찬해주마! 아아 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거냐 네놈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요시야와 아키라가 사랑스러워 어쩔 수가 없다. 자신에게 바쳐진 공물 중에서 최고의 공헌도라며 극찬한다.
「그러니 한 웅큼도 남기지 않으마. 이걸 최상급의 자랑으로서 앞으로도 날 위해 헌신하는 게 좋을거다!」
이렇게 편리한 걸 다른 놈에게 넘겨줄 성 싶으냐. 역십자가 제물을 요구하며 공명한다. 자, 최후의 한방울까지 자겨가기 위해 재구동 한―― 다음 순간.
「뭣――――」
안쪽부터 팔이 터졌다. 그리고, 이변은 그 뿐만이 아니다.
「커헉…… 어, 째서」
뼈가 분해된다. 피부가 노화된다. 체모가 빠지고 생기면서 교체된다. 날뛰는 고동이 멈추지 않는다. 니트로엔진처럼 폭발적 활동을 하고 있다. 이상하다, 자기회복을 해도 효과가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치유하려고 하면 할수록 보다 심해져간다.
「이건, 설마……!?」
결과와 수단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세이쥬로는 바로 상황의 진실까지 생각이 미쳤다. 자신은 분명히 지금도 정화를 받고 있다. 다만 그것이 상궤를 벗어난 과잉상태에 있는 것 같다. 이른바 과회복을 받고 있다고 간파했다. 이것은 통상, 자연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이상현상일 터다. 얼마나 이상한 생명이라도 스스로를 과하게 치료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물론 아키라도 이렇게 잔혹한 공격수단을 꿈에 요구하는 인간은 아니다. 그녀의 급단은 본래 동료를 치유하는 성스러운 힘이다. 그 본질은 “요구하는 만큼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며, 말할 나위도 없이 깊은 애정으로부터 체득한 것이다. 광범위 사정거리의 총원순시회복……으로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용도. 조건이 곤란할수록 힘이 강해지는 급단의 성질에 비추어 보면 절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전투에서 동료가 아키라에게 치유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응한다는 관계는 당연한 일이니까. 그들, 전진관 사이에서 그 신뢰관계를 요점으로 발현하는 지극히 간단하고 쉬운 급단이다. 본래라면 조리를 무시한 과회복 따위 일으킬 수 있는 꿈은 아닌…… 그러므로 이 자괴현상을 부른 것은 결코 아키라가 아니며, 합의한 세이쥬로에게 문제가 있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너무 요구한 것이다.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남자의 진실은 위독환자이며, 게다가 단 한 번도 건전한 상태를 체험한 적이 없다. 움찔하는 것만으로도 관절의 마디들은 삐걱거리며 삐뚤어지며, 항상 신체의 어디선가 병마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식으로 밖에 정상인의 상태를 알지 못하고, 그걸 요구하는 갈망은 누구보다 깊고 무거웠다. 따라서 끝없이 바랐고, 아키라의 꿈은 응해버린다. 더 내놔라. 더 넘겨라. 내게 빛을―― 정화해라. 늦었다 생각했을 땐 이미 뒤늦음. 평범한 사람에겐 절대 불가능한 영역의 기원은 요구한 만큼 세이쥬로를 계속 치유한다. 그가 무엇도 부럽지 않게 될 때까지. 즉 이대로 모두 불타버려 재가 될 때까지. 인과응보로서 방문한 결과를 이를 악물면서――
「자멸하라는거냐, 웃기지마아아!」
스러져 날아가버릴 수 없다는 분노의 고함도 허무하게 공간을 흔들 뿐이었다. 너무 격렬한 혈류속도에 모세혈관이 견딜 수 없다. 급속한 초신진대사, 세포가 곧바로 노폐물로 변해간다. 육체가 단번에 산화하고, 그걸 막기 위한 항산화 작용이 더욱 더 내장기관을 활동시킨다. 멈추지 않아. 멈추지 않아. 빛에 물어뜯겨 살해당한다――! 그토록 바란 치유의 손에, 그는 숨통이 끊어져간다. 그러니――
「알겠냐, 결국 그런 거다」
「부럽다 부럽다고, 넌 너무 많이 바랐어」
다친 몸을 일으켜 이자식의 패인을 들이댄다. 격노하면서, 동시에 녀석은 놀랐다. 내 말이 고하는 사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으니까.
「만약 너의 안에서 한조각이라도 정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어머니나 고조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면―― 분명히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거다. 그렇지, 아키라」
「아아. 알아, 요시야」
소중한 이름은 이미 생각해냈다. 내 이름은 히이라기 요시야. 동료의 이름은 세라 미즈키, 타츠노베 아유미, 가도 린코, 오오스기 하루미츠, 나루타키 아츠시. 소속은 천신관―― 어머니의 성함은 히이라기 에리코, 아키라의 아버지는 마나세 고조. 이녀석 덕분에 되찾을 수 있었어. 놀라고 있는 건 빼앗았을 터인 너뿐이다 세이쥬로.
「있을 수 없어…… 넌 내 손으로, 기억도 정신도 빼앗겼을 터다. 도리가 맞질 않아, 아아 어째서냐, 네놈 대체 뭘 한거냐!」
따라서 지금도 이런 상황마저 모른다. 나도 사람, 그도 사람. 자신과 타인을 대등하다 생각하지 않는 그 일그러짐. 이 마지막 순간에서 치명상이었다는 걸 아직 생각도 하지 못하는거냐. 화를 넘어 이젠 불쌍해. 이것도 악감정이지만, 그 이상으로 슬프다고 느낀다. 그러니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된다. 매우 소중하고, 그리고 당연한 것을. 내가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 따위 누구라도 알 수 있는거다.
「간단해. 뭐라 하든 난 이녀석을 사랑하고 있다」
가슴을 펴고 단언한다. 이 사실이 날 지지했다.
「마음은 물건 따위가 아니니까」
감정은 한번 없어졌다 하여 그대로 두 번 다시 살아나지 않는가? 다르다―― 몸은 확실히 그렇다 하여도, 마음은 안에서부터 길러가는 것이다.
「얼마나 빼앗긴다 해도, 다시 얼마든지 솟아나는 거다!」
그렇게 포효하며 이 마음을 부딪히기 위해 뛰쳐나간다. 용기가 있어, 공포도 있어…… 저자식이 무서워, 그래서 지지 않겠다고 느끼고 있어. 정도, 사랑도, 인의팔행에 속하는 모두. 다시 살아난 다수의 마음이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최대의 승기를 놓치지 않아. 이걸로 너와 결착을 낸다……!
「――가까이 오지마!」
순간, 역십자를 뚫고 나타난 것은 특별할 것도 없는 왼팔. 정체 모를 이생물에게서 멀어지듯이 세이쥬로가 순간 내지른 것이 그것이었다. 그 팔에 어째서인지 기시감을 느끼지만…… 하지만 딴 생각 할 유예는 없어. 아마도 이것이 녀석의 최후의 수단이겠지. 지금까지 숨겨둬 왔던 비밀 중의 비밀, 다른 것과 비교해 봐도 쓸만한 도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을 발생시켰다.
「뭐지, 이건……!?」
이상해, 땅을 차고 있는데도 접근할 수가 없다. 얼마나 다리에 힘을 집중해도 추진력 그 자체를 살해당한 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게 됐다. 이건은 뭐지, 어떻게 된거냐. 경치가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간섭을 받고 있는 건 공간 자체인가? 아니면 내 인식이 미쳐가고 있는 덕에 제자리걸음 하고 있을 뿐인가? 직진하는 것도 곤란하게 되어 아무 방향으로 몸이 흐를 거 같다. 이 난관을 넘지 못하는 이상 세이쥬로에게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와 비교하면 대단한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놈들이…… 깃털과 같은 주제에 가볍게 다가오지 마. 기분이 더럽다!」
그러니 내게서 멀어져라, 자신의 집념과 비교하면 넌 어차피 솜이나 깃에 불과하다…… 그 정신과 호응하여 수수께끼의 공격이 더욱 효과를 강화한다. 원리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몸의 평형감각이 명백히 터무니없는 상태로 빠져든다. 바로 직진할 수가 없다. 힘을 넣은 성과가 없고 마치 공기 자체에 희롱당하는 느낌이다. 수십미터의 거리가 만리로 착각될 만큼 저 멀리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난 다시 이녀석을 바보라고 생각했다.
「어이 없군, 가벼운 건 대체 어느 쪽이냐」
빛을, 더욱 빛을 원하며 상대의 빛을 빼앗아 온 남자가 말하지 마라. 타인의 소유물로 장식하고 자신은 이걸로 위대하다고 위장해왔을 뿐이지 않나. 질 수 없는 기분을, 무리해서라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힘으로 바꾼다. 아마 이용하고 있는 건 해법이나 창법…… 내 무언가를 크게 캔슬하고 있는 건지, 공간 그 자체에 특성을 가하고 있는 건지. 또는 그 둘 다인지. 어느쪽이든 분석할 시간마저 내겐 아깝다. 확실히 세이쥬로도 서서히 붕괴하고 있지만 내게도 이게 최대한의 성패다. 신속하게 결착을 내지 않으면 이쪽이 패배할거다. ――따라서, 나아간다. 십의 힘으로 일보밖에 접근할 수 없다면, 백의 힘으로, 천의 힘으로. 그래도 무리라면, 만의 힘을 쥐어짜내 돌격한다. 극법의 일점에 모든 자질을 쏟아부어 역십자에게 돌진한다. 그저 똑바로.
「새겨둬라, 이게 히이라기 요시야다. 어머니가 키워주고, 아키라가 믿어줬기 때문에 난 여기까지 겨우 도달할 수 있었다. 절대 네 피가 있었던 덕분이 아냐. 너에게 받은 혈통같은 거, 요만큼도 없다고!」
가장 말해주고 싶었던 말을 던지면서 크게 팔을 쳐든다. 저기, 어머니. 내가 지금부터 이녀석을 그 세상에 보내줄게. 우리들이 받은 것…… 애정, 긍지, 거기서 나타나는 의(義)의 강함. 그걸 되도록 보여줄 셈이야. 바보는 죽어도 낫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왕바보 자식은 어떨까. 그래도 반드시, 이번에야말로 뭔가 바뀔 거라고 믿고 싶으니까. 뒤는, 당신에게 맡깁니다.
「그러니까 어머니, 행복하시길」
그렇게 바라면서 휘두른 일격이 히이라기 세이쥬로를 폭산시켰다. 휘두른 일격에 대단한 위력은 없었지만 한계 직전이었던 녀석의 몸은 산산조각으로 날라갔다. 끝없는 재생과 회복의 연속에 섞인 한방울의 파괴행위. 그것은 지금까지 무너지기 직전에 유지되고 있었던 저울을 단번에 파멸로 기울게 한 것이다. 세이쥬로가 사라져간다…… 배후에 붙잡아놨던 악덕의 역십자와 함께. 잡혀있던 어머니들의 마음이 드디어 본인이 있는 장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