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펼치기를 2개 써서 올릴까 했는데 너무 길다 싶어서 그냥 상하로 나눕니다.
이 파트의 묘미는 세-지와 요시야의 대화. 괴멸적인 인간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는 세-지와 도저히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아들내미 요시야의 극과 극이 대립하죠. 특히 좋았던 부분은 자신에게 노생의 자격이 있는건 당연히 어머니의 인과 덕일텐데도 그런 간단한 모순을 눈치채지 못하는 세-지의 논리를 반박하는 장면과, 오리지날리티가 없다고 디스하는 요시야를 그러는 네놈이야말로 오리지날리티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는 세-지. 하나 웃긴건 주장의 논리는 그렇다치고 요시야의 기술들 역시 전혀 오리지날리티가 없는데 말이죠...
세-지의 급단 협력강제 조건은 이 작품에서 가장 잘 만든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빡친다, 밉다, 불쌍하다, 동정이 간다 등등 그를 앞에 두고서는 이러한 부의 감정 외엔 품기 힘든 게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인간입니다. 희소종에 대한 생물의 본능. 미지의 괴물을 해석하고, 도리라는 족쇄를 채워 안식을 얻으려 도모한다는 말은 정말이지 공감가는 말. 그리고 그런 '알고싶다'는 감정마저 이용하는 세-지의 인간쓰레기다움이 더욱 부각됩니다. 그야말로 귀축외도. 정의로운 주인공이자 어머니를 살해당한 요시야는 계속 ㅂㄷㅂㄷ거리며 이 조건에서 벗어날 수가 없죠. 그렇기에 나중에 나오는 8층 클리어조건이 되니 그때와 비교해서 이 파트를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아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세-지의 썩은 표정이 완전 매력적. 보고 있으면 막 심쿵거림. 사실 마사다 작품 중에서 이렇게 대놓고 비열한 표정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거의 없죠. pv 때부터 뻑감.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진실은 이미 구제할 길이 없는 위독환자다.
꿈의 가호가 없으면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사회적 약자. 육체적 강함은 어린아이에게도 뒤떨어지는 모양이며, 도저히 타인에게 오만한 태도를 관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타인이 없으면 며칠도 살지 못하고, 실제로 그런 인생을 지냈을 것이다. 에리코나 고조가 곁에 없었으면 한단법의 완성도 불가능했다. 도중에 죽을 뻔했던 일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그렇다 하는데도 세이쥬로는 있는 그대로의 귀축이다.
감사의 마음따위 한조각도 품지 않는다.
오히려 어쩌라는 거냐, 역일 터다. 네놈들이야말로 내게 사용되니 영광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도리가 통하지 않는 불손함을 전방위로 퍼붓는다.
그리고…… 그렇기에 누구도 이 남자를 방치할 수 없다.
눈을 돌리고 거절하든지, 성심껏 보살펴주든지. 어느 쪽이든 무감각으로 있는 것은 절대 할 수 없다. 그래, 결코.
죽을 병에 침식된 신체는 약하고, 추하며,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게 되는 상태니까. 이 남자를 아는 자들은 그대로 둘 수 없고, 내버려둘 수 없다. 히이라기 세이쥬로를 시야에 넣고도 어떠한 감정을 품지 않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다 말할 수 있다.
중병인을 내버려두는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싫다고 멀어지는 것도 큰 기피감과 생리적 혐오감이 심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악랄한 것은, 그 자신이 그러한 감상을 품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서 이용한다는 점에 있다.
약해져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이런 처지라면 누구라도 미친다――
그도 원해서 병에 침식된 것은 아니다―― 등, 사소한 동정심이라도 품어버린다면 이미 세이쥬로의 생각 대로다. 질투의 십자가에 매달리고 모든 빛을 빼앗긴다.
이런 남자를 타도한다니, 멀쩡한 감성으로는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분노나 증오를 품지 않는 것은 할 수 없고, 그렇다 하여 깔끔하게 때려잡으려 해도 중병인이라는 사실과 사정이 대립하는 자에게 동정을 권한다. 무언가를 느끼지 않고 있을 수가 없다.
따라서 히이라기 세이쥬로를 타도할 수 있는 자는 이 귀축을 마음 속부터 사랑할 수 있는 자뿐.
아내나 친구, 그리고 아들을 단순한 공물로 인식하고 있는 남자의 근성. 그것을 충분히 알고, 더 나아가 긍정할 수 있는 존재만이 그를 쓰러뜨릴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그런 조건에 합치하는 자는 한단에서도 악마뿐이다.
아마카스나 신노처럼 외도를 축복하고 귀축을 갈채하는 상대만이 역십자의 형태에 들어맞지 않는다.
혹은 애당초 사람의 도리를 갖지 않는 천재지변이라면 통과할 것이다. 쿠보처럼 인류 그 자체를 길가의 돌이라고 생각하는 무리라면 세이쥬로를 미워하고 말고도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기에 그의 승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에리코를 죽였다. 친구를 다치게 했다. 요시야는 반드시 분노할 것이다.
의분이라는 악감정을 불태우는 정의로운 남자…… 그에게 있어서 이정도로 용이한 사냥감이 어디 있을까.
길었던 삶과 죽음의 투병도 여기서 끝이다. 다시 태어난다.
노생이 태어난 오늘 이날이,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생일이다.
「자 축복해라, 나의 여호수아」
너의 모두를 꿈의 마지막 조각에 이를 때까지 위대한 창조주에게 바쳐는 게 좋을거다.
너는 나를 위해서만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다.
히이라기 요시야라는 그릇은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난 선물이니까.
「거절이다」
「멋대로 하라지」
입을 열자마자 고해진 의미를 모를 말을 의연히 상대에게 되돌려준다.
축복하라고? 바보같은 말이군. 대체 너의 뭘 보고 뭘 찬송하라는 거냐.
경치에서 부각되고 있는 흰색양복이랑은 반대로 경내의 어둠보다 더 어두운 불길한 흉조가 전신에서 배어나오고 있다. 흘겨보는 시선은 아이처럼 순수할, 터인데 사악이란 말보다 더한 삐뚤어짐.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이자식은 정말로, 어디까지나 최저인 채다…… 갱생의 여지가 한 움큼도 안보인다.
그게 열 받고, 동시에 매우 슬퍼진다. 그래서 이렇게 대치할 때마다 내 안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용암이 되어 흘러넘친다.
구역질이 나오는 역겨움은 지금도 더 강해지고, 깊어진다. 공간에 독을 늘어뜨리는 것처럼 당장이라도 내게 모두를 빼앗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는 굶주린 늑대같은 눈빛이 말하고 있다.
격돌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걸 결심하고 왔으니까 이제 와서 마음에 두려움은 없었지만.
최후의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이것만은 분명히 해둬야 한다.
「하나만 들려줘라.
아키라가 말하기를, 너는 내가 가진 힘…… 꿈을 현실로 꺼내는 서버권같은 걸 강탈하려는 거군.
그러면, 너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히이라기 에리코는 어디까지나 그것만을 위한 인간이었나. 단지 날 만들어내기 위한 부품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다만?」
말을 고르지 않는 한숨의 긍정. 이녀석은 반대로 이쪽의 제정신을 의심하고 있다.
왜 이제 와서 그런 다 아는 걸 묻느냐는 듯이.
「내게 있어 너는 노생이 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아.
그를 위한 수단으로서 시험관은 필요하겠지?」
「그럼, 어째서 어머니를 선택했나」
「아아」
그걸 듣고 녀석은 태연스럽게, 그저 한마디.
「근처에 있었으니까다. 조달의 수고를 덜었지」
허무하게도 최저의 사실을 입에 담는다.
마치 근처의 개나 고양이로부터 적당히 골랐다는 말. 이녀석에게 있어 어머니는 진실로 그런 거라고 깨달았다.
부들거리는 주먹에서 한방울의 피가 흘러내리고, 움켜쥔 손끝을 심홍색으로 더럽힌다. 왜, 어째서, 이 남자는 이러한가…… 그리고.
「고작, 그정도의 이유로……」
「요시야……」
날 혼자서 키워 준 어머니는 네게 모든 걸 빼앗겼다는 건가.
그냥 운이 나빴다고, 그걸 납득하라고 하는 거냐.
조용히 노기를 발산하는 나를 보고 녀석은 납득한 듯이 끄덕였다. 그리고 마음 깊이, 시시하다고 말할 듯하게 낙담의 한숨이 샌다.
「과연, 납득했다. 즉 너는 에리코가 우수한 여자였다고 믿고 싶은 거군.
저게 뛰어난 모체였으니까, 어떤 전형기준에 일치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내가 손수 공들여서 선택했다고―― 바보냐 너. 정반대잖냐.
물건의 도리를 모르는군. 그년의 피가 섞이면 여기까지 머리의 회전이 나빠지는 건가?
네가 노생이라는 자격을 얻어서 태어난 건, 당연히 내 종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사막이든 심해든, 종을 뿌리면 나라는 재기는 어디서든 싹이 튼다. 극론, 에리코의 배든 개의 배든 배양액으로서 같은거다.
어머니의 명예가 이렇다 저렇다, 시시한 구애로 모독하지 마라」
진심으로 그게 세상의 진리라고, 그런 얼굴로 설명하는 이자식이―― 아아 젠장, 의식이 비등할 거 같다.
「아키라, 미안하다. 슬슬 참는 거도 한계다」
「말 안해도 알아. 나도 기분은 마찬가지니까」
느낀 인상은 완전히 동일. 이자식은 글러먹었다 외엔 없다.
괴멸적으로 끝나 있는 인간성은 분명 한번이나 두번 죽는 걸로는 고쳐지지 않을 정도로 병들고 미쳐있는 것이었다.
죽을 병에 침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가…… 아니면 선척적으로 이런 건가. 어느쪽이든 늦었다, 넌 많은 자들에게 사죄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죄할 수 없다면, 적어도 저세상에서 갚아야 할거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효도. 내가 이 손으로 널 어머니와 만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너의 착각을 바로잡아 주마.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노생이 아니지만 히이라기 요시야는 노생의 힘을 갖고 있다.
이 힘이 무엇인가, 어떤 것인가는 내게 아무래도 상관없어.
하지만 그것이 대체 어디서 왔냐고 한다면…… 그 인과는 어머니 외에 존재하지 않을 터다」
임계점에 이르는 공기 속에서 무기를 창조하면서 본인만이 눈치채지 않은 모순점을 지적한다.
어린애도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유전론이다. 너의 피에는 어떤 우성도 머물지 않았다.
그러니――
「네놈의 이론은 최초부터 파탄하고 있는거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아――!」
여시축생발보리심…… 지금부터 우리가 어머니는 보살의 마음에 이르고 있었다고 증명해준다!
끓어오르는 의분을 철의 막대에 실으면서, 싸움의 화약고는 열렸다.
밤의 경내를 비추듯이 몇 번이고 불꽃이 튄다.
1초에 최소7회, 많이는 20회. 지르고 지르는 폭력을 전부 맞기 직전에 격추하면서도 그 위력에 기 죽는 일 없이 다음 공격으로 연결한다. 지난번과 같은 추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난 싸우고 있다.
이 악마같은 남자을 정면으로 상대하고 있다.
어머니를 살해당하고 동요하며 어쩔 도리 없는 상황에 농락당한 그때와 같지 않다. 단련해온 시간과 그동안 겪었던 죽음의 고난이 일거일동에 있어 힘의 결정화하여 축적됐다.
구동하는 한단은 과거 최고의 강력함이다. 질 수 없어, 반드시 이긴다, 그 신념과 용기가 지금도 등을 떠밀고 있다.
하지만―― 그럴텐데도 녀석은 자릿수가 빗나가고 있다.
아니 이경우는 더 악랄하다 해야 할까.
「――윽, 크윽!?」
직각으로 휜 주먹이 이상한 궤도를 그려와, 강력하게 안면을 쳐맞았다. 코뼈나 두개골을 분쇄할 수 있는 위력이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그 직전에 일어난 일.
――또다. 이걸로 몇 번째인가 움직임이 스르륵 변했다.
마치 사진영화처럼 깜빡이는 순간에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남자는 전투방식을 여기저기 대체한다. 공격을 먹은 건 일합 전에 얻은 대책이 어떤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격이탈, 일격필살, 전광석화, 변환자재……
손기술, 발기술, 유술, 강술, 살인활인, 1대 1부터 다대 1까지 다종다양…… 절조도 없이.
끓는물처럼, 장맛비처럼, 노도로 질러오는 변환자재의 공격. 심지어 고동의 템포마저 바꿔가면서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공격을 거듭해온다.
게다가 그 움직임이 뭐든 예외 없이 달인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면 밀리고 있는 것은 자명한 논리다.
이게 만약 5개나 6개의 패턴이라면 어느 정도의 초일류라 하더라도 대응이 가능하다. 그 정도의 상대라면 이만큼 애먹을 일도 없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수단의 수가 다채롭다. 이 불길한 공기와 외측만을 남기고 알맹이가 아예 딴사람으로 바뀌어 가면 전투 중에 예측하는 것조차 할 수 없으니까.
소질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내 파단하고 전혀 다른, 이질의 업.
그리고 그 정체도 이미 짐작하고 있다.
「그게 네가 빼앗아 온 빛이냐」
「그말대로, 내가 집적한 도구들이다」
그때 우리들에게 썼던 것의 진실이 이거다. 이녀석은 타인의 자랑을 빼앗고 써먹는다.
거기다 선생님의 예를 보건데 약탈하는 대상은 물리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대가 쌓아올려 온 노력이나 재능, 자칫하면 마음이나 인생마저 이 기술에 빠지면 도려내진다.
그리고 그걸 도품의 왕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아, 확실히 강해, 만만치 않아. 그런데 말이지.
「얼마나 한심한거냐 넌」
타인에게 쥐어뜯은 힘을 자신의 물건인 마냥 의문도 느끼지 않고 과시하는 철면피.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자신을 자신답게 하는 오리지날이 전혀 없어. 다른 사람의 등에 빌붙어서 살아갈 뿐이잖나!」
그 감성을 난 근본부터 이해할 수 없다. 오리지날리티 어쩌구 보다는, 타인이 갈고 닦은 것에 대해 경의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
칭찬받아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걸 연마해온 사람들일텐데도.
단지 도구. 내꺼. 넌 날 위해 태어났으니까 내가 사용하는 게 뭐가 나쁜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사고회로로 완결하고 있다.
이 얼마나 텅 비어있는가. 알맹이가 제로다. 이녀석 안에서 병마와 증오를 빼버리고 난 다음엔 허무 밖에 남지 않는다.
「시시하군. 그러는 너야말로 전혀 오리지날리티가 없는 주장이다.
나를 상대하는 인간은 모두 그런 반응을 하지. 네놈들이 보기엔 꽤나 이단 같겠지만……
그렇기에 결국은 알고 싶어한다.
그건 희소종에 대한 생물의 본능이다. 미지의 괴물을 해석하고, 도리라는 족쇄를 채워 안식을 얻으려 도모하지. 인류는 미지를 구축하여 영장류의 왕이 되었다. 전혀 이상할 건 없어」
특별한 것을 그저 특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력을 알고 싶다는 보편적인 감성을 이녀석은 배 속 바닥부터 깔보고 있다. 그런 꼬라지니까 너희들은 무른거라고, 병든 눈빛이 말하고 있다.
「이해 할 수 없겠지? 알고 싶어서 견딜 수 없겠지? 그리고 난 너희들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가르쳐주려 하는거다」
단언하며 하늘을 칭송하듯이 양손을 벌려.
「자, 내게 잠복하는 병마를 알아라」
무언가를 고한 순간 공격하러 덤벼든 내 오른팔이 근원부터 소멸했다―― 뿐만 아니라 더더욱 이상사태는 계속된다.
「크아악, 악……!?」
녀석의 배후에서 날아온 것은 내 오른팔. 총알도 비웃을 속도와, 무엇보다 심리적 동요로 직격을 먹어버렸다.
기우는 몸을 보며, 그러나 녀석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우스운 인형을 바라보듯이, 변함없이 영리한 얼굴을 향하면서 또렷하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오만불손한 여유 그대로.
「서단, 영단, 파단은 알겠지. 그럼 부모의 정이다. 그 다음을 가르쳐주마.
이것이 급단. 그 본질은 3가지 이상의 꿈을 동시에 겹쳐서 사용하는 것, 그리고 파단으로 얻은 특질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나와 너, 피아 사이에 특정순서를 밟게 하는 걸로 협력강제를 일으킨다. 상대가 깔아놓은 법칙에 올라탔을 경우 그것은 합의라고 보게 된다. 별로 드문 것도 아니지.
사무라이의 칼끼리 부딪혔을 때의 약속된 대결, 동서고금을 보면 그런 의식은 얼마든지 눈에 띌 터다. 상대와 자신이 모두 하나의 룰을 준수한다. 따라서 필살, 발동하면 도망칠 수 없다.
그도 그럴 게 상대의 합의에 올라탔으니까」
그것은 어느 의미로 당연한 거다. 서로 같은 룰을 지키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체스나 트럼프, 스포츠 등은 그 중에서도 분명한 것이다. 상대선수가 같은 룰 위에서 대결하기 때문에 게임은 성립되고 서로의 역량을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반대로 말한다면, 협력하여 하나의 법칙을 조립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까고 말해서…… 상대를 굴복시키고 싶을 뿐이라면 불의의 습격이라도 하는 게 훨씬 손쉬울 거다. 적과 자신의 사이에 특정행동을 금기하고, 그리고 반대로 장려한다. 그 형태를 지킬 경우 본래 존재하지 않는 법칙은 바로 그 순간 형태를 띄게 된다는 건가.
그리고 그것은 아마 자각의 유무따위 필요없다.
「내가 했던 행동이 네가 제시한 급단의 발동조건에 합치했다…… 그런 거냐」
「그렇다. 이것의 핵심은 어떤 식이든 상대가 깨닫게 하지 않고 그 조건을 밟게 하는가에 있다」
예를 들어 체스 룰을 모르는 초심자가 있다고 하자. 말의 움직이는 방법조차 모르는 그녀석이랑은 유희를 성립하게 하는 협력 작업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상대쪽이 능숙하게 유도하여 대국을 끝까지 해냈을 경우, 그것은 게임 룰을 모르는 채 지키고 있었다는 형태가 된다.
그러므로 협력강제, 합의를 얻는 다는 건 그런 거라고 세이쥬로는 말하고 있고, 나도 이제 와서 확신했다.
이녀석의 조건은 사전에 예상했던 대로. 그러나 알고 있었다고 해도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종.
아니, 오히려 알면 알수록 빠져든다. 깨닫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니 뭐니 하면서 술술 지껄이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천지가 뒤집혀도 뒤집을 수 없는 살인기술로 기능하는 것――
「넌 날 미워하지 않은 채로 있을 수 없다―― 그건 알고 싶다는 감정이며, 빛을 주고싶다고 부탁하는 거나 다름없지.
난 네가 부럽다―― 그건 너의 빛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며, 동시에 이해해도 상관없다는 허가나 다름없지」
즉, 그것이 히이라기 세이쥬로가 제시하는 협력강제의 조건.
증오, 분노, 적개심…… 그런 감정을 근본으로 하는 흥미의 마음이 최악의 저주가 되어 양자를 연결한다.
알고 싶다. 그리고 알게 하고 싶다. 싸움의 요점을 따지고 보면 그러한 이상, 역십자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크아악――」
순간 나를 덮친 것은 비교할 수도 없는 구토였다. 독안개로 가득 찬 듯이 대기는 청정함을 잃어간다. 생존본능이 죽음의 위기 이상으로 격렬한 무서움을 느끼고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이남자를 시야에 넣는 것은 위험하다.
보면 최후, 생애를 침식하는 최대의 죽을 병에 감염된다고 확신하……
「마르라 시들라 병을 살찌워라. 가득함이 마름과 같이, 가라앉아 살찌워라」
흘러나오는 저주와 함께, 녀석이라는 제조자가 놓치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급단, 현상――
생사지박·파리란궁역십자가」
그리고 요시야에게 최악의 지옥이 출현한다.
「이, 것은――――」
이 광경을 난 어떻게 표현하면 되는걸까.
말이 나오지 않는다. 형용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강력한 악감정이 머릿속을 폭발하듯이 뛰어다닌다.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상상이 가는 만큼 어쩔 도리 없이 불안하게 된다.
「사랑을 안다. 정도 안다. 사람의 성질에 속하는 모든 것을, 나는 빠짐없이 알고 있다.
그러니 물론, 나 자신의 사악함도 누구보다 이해한다. 난 내가 원하는대로, 있는 그대로의 귀축으로 있을 뿐. 거기에 후회따위 한조각도 없다」
역십자의 포로들이 규환한다. 그것은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어둠에 접하고 제물이 된 모든 사람들.
이 남자에게 부러워해진 비참한 말로가 거기에 있다.
「넌 나를 위해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내놔라. 그 빛은 내꺼라고, 병든 두 눈을 번득이며 손을 뻗는다.
「내게 부족한 것은, 단지 노생의 자격뿐이다」
이 외도를 앞에 두고 웃을 수 있는 감성 따위, 그야말로 악마 외에는 가질 수 없겠지.
또박또박 말하는 꼴을 용서할 수 없다. 하물며, 아아 하물며 그것은――
그 사람들, 은――!
「이 새, 끼가아아……!」
격앙한 순간 발을 디디려 한 다리가 소실했다. 그래서 어쩌라는거냐. 그런 고통이나 손상마저 머리에서 조금도 차지하지 않는다.
어떤 모습이 되었다 할지라도 내가 그 사람들을 잘못 볼 리가 없으니까.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는 한 더욱 술수에 빠진다고 해도…… 그래서 어쩌라는거냐.
이런 악행을 보고도 화내지 않는다면 남자가 아니다. 그런 바른 마음을 가지도록 난 키워졌으니까.
「증오와 애정은 표리일체, 라고 자주 말하지. 누구든 상대를 모르면 그런 종류의 정은 성립하지 않아」
그러므로 악마는 조소한다. 깊게 계속 빠져가는 나를 귀여워하듯이.
「날 미워하고, 동정하나?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한탄스럽나? 알고 싶다고 한다면 좋아, 가르쳐주지. 난 네가 부럽다.
등가교환의 성립이다」
악감정을 계기로 히이라기 세이쥬로에게 흥미를 품게 되는 것.
그리고 세이쥬로 자신이 상대가 가지는 장점을 부러워하고 원하는 것.
이 두 조건이 상호 간에 달성된 결과가 이거다. 우리들이 가진 빛과 이자식의 병이 그대로 교환된다.
실제로 방금 전부터 토혈이 멈추지 않는다. 놔내물질이 통각을 완화하고 있지만 병마를 받고 있는 건 틀림없겠지.
이 남자를 구성해왔던 세계관의 근원이 깊게 신체를 침식해간다. 당연히 적의를 계속 품는 한 그 끝은 오지 않는다.
「그렇다, 넌 이걸 깰 수 없어」
그리고 탈출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여기는 녀석이 창조한 공간이니까.
기본은 아마도 창법의 양면을 이용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타인에게 뺏은 꿈을 덧붙여서 동시전개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자식의 자질은 전방위형. 타인의 찬탈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그 소양도 모든 방면으로 고수준에 도달한 괴물이라고 이해했다. 그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것뿐.
얼마나 밉다고 바래도 탈출불능, 공략불능, 세이쥬로가 자랑하는 우위는 압도적이고 흔들리지 않는다.
「역십자에 잡히지 않는 것은 아마카스나 신노같은 악마 뿐이다. 혹은 사람의 도리를 모르는 사룡같은 인간 외이거나. 어느쪽이든 네게는 결코 불가능.
양식이라는 짐을 짊어졌기 때문에 매우 간단히 역십자에 걸리지. 봐라」
「요시야, 요시야아아……」
「미안하다 모두…… 내가 한심해서……」
「아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핫! 일어서 히이라기, 한번 더 굴려줄까?」
「빨리 도망쳐」
「우리는 괜찮으니까」
「너까지 이렇게 될 필요는 없어」
괜찮니. 사랑하고 있다. 살아남아라, 차례차례 던져지는 애정으로 가득 찬 성원을 듣고――
「어떠냐, 도움이 될 거 같나?」
저 티끝들이, 라는 멸소를 본 순간 이성이 한계를 돌파했다.
이새끼, 잘도―― 용서 못해!
「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한 신체는 깊게 병들어간다.
피부 아래에 지네가 기어다니는 감각이 생기기 시작하고, 목 위에서는 두통이 폭풍우처럼 끊임없이 의식을 휘젓고 있다.
환청에 환시, 한데 섞여가는 오감은 바로 서있는 일도 허가하지 않는다. 전신에 흐르는 혈액은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깎여간다. 빼앗긴다. 의분을 품으면 품을수록 히이라기 요시야는 줄어들어 간다.
전신의 뼈에서 칼슘이 사라진다…… 버티려했을 뿐인데도 전신의 뼈에 치명적인 균열이 간다.
그러자 세이쥬로의 배후에 매달린 신체가 서서히 윤곽을 띄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거울 너머로 본 인물의 모습에 조금씩 살과 뼈가 덧붙여져 간다.
「그런가, 그것이……」
「보이는가? 이게 완성했을 때 넌 내 것이 된다」
도취로 가득 찬 선언은 내 인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축복이었다.
사지가 사라지고 내장각종이 이것저것 빼앗긴다. 병소가 된 신체는 붕괴되고, 뻗어오는 손을 뿌리칠 수도 노려볼 수도 없게 된다.
「그리고 난, 정말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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