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미코토 원작. 이 양반 만화는 조금씩만 몇개 본 게 있긴 한데 친구게임이 제일 나았습니다. 사실 사토 유우키 그림빨이 먹혀든거지만. <요괴전문의사선생님> 시절 생각하면 그림이 확실히 잡힌 느낌.
학교 내에서 혹은 밖에서 친구들끼리 목숨이나 돈 등을 걸고 게임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는 미스테리소설 쪽에서 유행타기 시작한지 꽤 됐죠. 하지만 이런 작품을 볼 때마다 항상 걸리는 점이 초현실적인 설정입니다. 핸드폰 문자에 점지된 그대로 사건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등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설정을 많이 가져오죠. 가끔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 등이 있다는 등 더 나가기도 하는데 특히 <라가도>가 이래저래 너무 나갔던 미스테리소설이었습니다. 친구게임 역시 그 뒤에 거대한 조직인지 음모인지가 버티고 있다는 등의 설정이 들어갔는데 개인적으로 달갑지는 않습니다. 라이어게임처럼 조직은 돈을 대주고 게임을 정하는 식의 개입만을 원했는데 말입니다. 2차전 중에 관객들의 반응이 하늘에 떠다닌다든가 등등 하는 비현실적인 도구는 애교로 넘어가겠습니다.
게임룰 자체는 꽤 재밌습니다.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룰로 우정을 자극하며 전략을 내놓는 과정이 꽤 재밌는 편. 무엇보다 여기서 친구 관계의 어두운 면이 꽤나 공감가는 곳이 많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특히 2차전에서 나오는 친구관계 사슬이나 특별번외편의 인간관계는 제법 있을 듯한 이야기들이죠.
다만 여기서 또 하나 집고 넘어가고 싶은 건 정말로 친구게임 주최측에서 공정한 게임을 제시하고 있냐는 겁니다. 알고보니 이런 룰이 더 있지롱 하면서 나중에 설명해주는 건 둘째 치고, 게임 자체가 참가자들에게 디메리트가 너무 큽니다. 적어도 친구를 잘 속여넘기면 빚 탕감뿐만 아니라 일확천금을 노릴 수도 있는 구성을 취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애당초 게임을 시작하면서 일반학생들에겐 너무나 큰 빚을 서로 분담하겠다!는 희생정신들은 암만 봐도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죠.
게임을 클리어하는 전략들도 잘 살펴보면 몇가지 더 클리어하기 쉬운 방법이 떠오르긴 합니다만 재밌게 만들자고 하는거니 상관은 없습니다. 근데 중간중간 좀 무리있는 전략은 신경이 쓰이긴 하죠. 예를 들어 3차전에서 절벽으로 여자를 떠민다고 저멀리서 쫓아오는 사람들이 정확히 손을 잡고 구할 수 있는가 하는 등등.
그래도 덕분에 괜찮은 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꼭 두뇌만으로 게임을 클리어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주인공의 똑똑함으로 이런 게임들을 클리어하는 장르를 보다보면 왜 주인공 머가리에서 나오는 전략만이 필승법이 되는가에 대한 불편함이 생깁니다. 하지만 친구게임의 주인공 유이치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머리로 전략을 생각해내지만 에이씨 안되겠다 싶으면 비겁하고 심플한 방법으로 게임을 클리어하려고 합니다. 3차전에서 특히 이런 점이 돋보였죠(물론 헛점이 많은 방법이지만 오히려 그게 더 좋달까).
여튼 이런 장르치고 주인공이 마음에 든다는 점이 제일 좋았네요. 그저 머가리가 좋거나 그저 또라이였으면 식상하다 싶지만 또라이면서도 머가리는 잘 돌아가고, 친구란 무엇인지 고민하며 결국은 상냥한 놈이라는 모순이 충돌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이 먹혔습니다. 24화에서 그꼴 당하면서도 침착하게 여편네를 감싸주고 중간에 유도한 조건을 미끼로 상대를 도발할 땐 빤쓰 몇장 적심. 생긴 것도 그림빨 먹어서 꽤 잘생겼구요. 원래 저런 비주얼을 꽤 좋아하지만.
그리고 안경호모군 텐지는 초반보스의 숙명인 패배후 쩌리화 된다!는 전통을 그대로 따라가듯이, 2차전 이후로는 머가리 안돌아가는 바보로 밖에 안보이는데 이게 또 커여움! 3차전에서 주인공군을 기다리는 장면들이 웃겼죠. 개그캐러화 되면서 주인공과 호모호모한 유대감이 느껴지니 꽤 좋았습니다. 첫키스도 가져가는 정히로인.
결국 라이어게임급의 전략이나 노부유키 만화급의 긴장감을 따라가진 못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제법 재밌게 봤습니다. 월간연재라서 좀 아쉽네요. 그만큼 분량은 많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