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아니 최근 몇년을 생각해도 이렇게 재밌는 만화를 본 적 있나 모르겠습니다. 아마 여태 본 러브코메 장르 중에서 제일 재밌는 만화.
1권 초반만 봤을 때만 해도 음 재밌긴한데 이 소재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츤데레주인공와 츤데레히로인 사이에서 서로 고백하게 만들겠다는 컨셉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봤자 얼마나 만들 수 있겠냐 싶었거든요. 실제로 고정소재로 러브코메를 그리는 대부분의 만화는 연재가 오래가지 못했고. 그러나 이 만화는 정말 좋은 의미로 통수를 확 후려갈김.
그도 그럴 게 연애두뇌전이란 한정된 소재에서 4권이 넘도록 재밌는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뽑아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게 뻔한 심리전 같은데도 매번 어디서 이상한, 한편으론 흔히 듣는 연애상식을 들고와서 주인공과 히로인이 개수작을 부리는데 질리지가 않음. 그래도 계속 이 둘만으로 이야기를 짜내기는 좀 그러니 학생회 멤버들과 조연들의 비중도 슬슬 늘려나가는데 나중에 가면 얘네들이 더 웃깁니다. 사실 소재랑 작가의 개그센스 자체가 뛰어나기도 하지만 최고의 액기스는 나레이션. 고전연극을 보는 듯한 촌시러운 나레이션의 상황전달이 아주 일품. 4권쯤 넘어가면 질릴거 같지만 전혀 그럴 느낌이 없는 걸 보면 정말 굉장합니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대개 러브코메라 하면 고정메인히로인이 있어도 뒤로 갈수록 히로인들을 하나하나 추가해서 수라장을 노리거나 독자들의 니즈를 맞추려는 경향이 매우매우 흔한데도 이 만화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히로인은 철저하게 카구야 한명을 고정시켜두고, 캐릭터를 추가하더라도 히로인이 아닌 조연으로서 개그담당만을 시킴. 이젠 정석으로 굳어버린 히로인들의 주인공 쟁탈전이라는 러브코메 프레임에 구속되지 않고 한줄기만을 계속 파는 모습이 대견하네요.
그림 실력은 솔직히 인체비례 면에서 칭찬을 하기가 힘듭니다. 특히 1권에서 카구야의 길다란 머가리는 봐주기 힘들 정도였음. 그래도 2권부터 슬슬 안정감이 생기더니 이젠 딱히 태클 걸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가끔 묘한 비율로 그림을 그리긴 하는데 개그장르이다 보니 오히려 이게 적당히 흥을 돋구는 느낌. 그리고 젖이 잘 강조되는 교복 디자인이 짱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엔 골반까지 강조함. 이 교복을 제일 잘 소화하는 건 역시 서기쨩. 여기서 또 하나, 여러가지 표정을 정말 잘그립니다. 도야가오 등등 보다보면 중독성 있는 표정이 한두개가 아님. 그리고 이 표정들을 제일 잘 소화하는 것도 서기쨩....
사실 이 만화를 보게 된 계기는 주인공이 매우 취향일 거 같다는 예상이었습니다. 근데 진짜로 맞았음. 완벽초인 같으면서도 사실은 허당인데다 츤데레 주인공. 이런 허당끼 있는 커여운 주인공을 꽤 좋아할 뿐만 아니라 츤데레 꼬츄도 취향이거든요. 이에 반해서 카구야는 솔직히 그다지 취향이 아니지만(젖이 작아서) 뭐 싫지는 않습니다. 가끔 커엽고.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이 만화의 필두는 역시 서기쨩. 얘가 주역인 편은 앵간해선 웃김. 특히 주인공한테 배구와 노래를 가르치는 에피소드는 진짜 개웃었습니다. 우월한 비주얼과 몸뚱아리 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워낙 강렬함. 머리 속이 꽃밭인 애 같으면서도 사실상 학생회의 폭탄같은 존재. 카구야(와 그 메이드)를 휘저어버리고 다님. 게다가 귀여운 표정이 워낙 많아서 쳐다보고만 있어도 막 즐거운 여편네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젖이 강조되고. 요 근래 본 만화 여편네들 중 최강.
꽤 나중에 등판하는 회계군은 처음에는 다른 3명에 비해서 캐릭성이 많이 약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근데 보다보니까 튀는 3명 중에서 이런 역할이 하나쯤 있으니 쏠쏠했음. 조연 중에서는 메이드도 그럭저럭 괜찮고 서기 3자매도 전부 젖 크고 허군날 연애상담 하러 오는 꼬츄놈도 웃기고 여튼 조연들까지도 하나하나 다 재밌는 애들이라 즐겁습니다. 하지만 여동생 캐릭터는 딱히 재밌는 구석이 전혀 없어서 굳이 존재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게 옥의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