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에 마그마들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마사다갓 외전으로도 부족해서 후지타갓 신연재라니!
자세한건 나중에 후지타 작품들 감상 적을때나 쓰겠지만, 후지타 카즈히로는 제 취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이며 지금까지도 서브컬쳐 통틀어서 최고로 꼽는 양반입니다.
제 코믹스 쓰리톱이 うしおととら(우시오와 토라, 요괴소년 호야), からくりサーカス(꼭두각시 서커스), 今日から俺は!!(오늘부터 우리는!!)인데 공통점은 전부 뜨거운 만화이자 소년선데이 만화라는거죠. 신기하게도 오늘부터 우리는 작가인 니시모리 역시 동시에 신연재를 시작합니다. 물론 니시모리 만화 자체는 天使な小生意気(건방진 천사)까지만 좋았고 그 후로는 기대할 건덕지가 거의 없긴 합니다만. 여튼 소년선데이는 꽤 애착이 가는 잡지지만 이젠 많이 약해진 곳이라 어쩌면 후지타도 빅코믹 같은데서 신연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은 했었습니다만 역시나 끝까지 선데이로 가는 걸로.
후지타 본인은 요즘 우시토라 애니만 감수 좀 해주고 잘 놀러다니던데 이제 갓수 생활 쫑. 사실 우시토라에 이어서 서커스 애니화를 기대해봤는데 이렇게 되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겠습니다. 근데 우시토라와 서커스는 분명 명작으로 회자되는 만화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월광조례만큼은 평가가 애매하죠. 저도 사실 중반쯤 보다가 냅두긴 했습니다만 15권 넘어서야 겨우 확 터지고 최종적으로도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후지타의 만화철학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건 당연하며 제 빤쓰는 이번주 내내 남아나질 않고 있다는 거!
애니화 전 특별 외전기획. 이번엔 드라마CD가 아니라 정식 게임판(전연령)입니다. 2016 봄으로 발매시기를 맞춘 걸로 보건데 아마 풀프라이스는 아니라 생각됩니다. 하긴 본편 전의 이야기니 딱히 길게 쓸 이야기도 아닐테니까요. 마사다의 언급을 보건데 아마 회상하는 서술을 자주 쓸 듯 합니다. 아마 그런 스타일의 글도 써보고 싶었던 듯.
전 아마 베이의 과거이야기, 그중에서도 헬가와의 이야기로 외전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아쉽게도 그쪽은 아니네요. PV로 예측컨데 옛이야기 정도는 조금 풀어주긴 할겁니다. 근데 베이 스토리가 전연령으로 낼 수 있을만한 이야긴가?
여전히 신나보이는 2수령(특히 한명은 여전히 우자한!)과 흑원탁 친구들. 우리 베이쨩은 또 어디서 여자를 주워왔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젖도 크고 G유스케 히로인치곤 괜찮아보입니다. 사실 전 헬가 누나일 줄 알고 PV 틀었는데 젖부터 아니더라구요!
당분간 PV로 빤쓰 축축 적셔가며 기다리는 걸로. 슬슬 디에스 외전은 그만 두고 다른 작품들 외전을 써줬으면 어떨까 싶지만, 전신관 시리즈는 이야기가 더 안떠오른다 했고 카카카는 너무나 완결된 이야기라 쓰기가 힘들겠죠. 하긴 쥐어짜면 안나올게 있겠냐만은. 이번 외전처럼.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애니쪽이 잘 만들어질거라는 기대는 별로 안합니다. 끽해야 요나오 브금만큼은 확실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 어? 그럼 갓주영창 2기 아냐!
上하고 下 사이에 간극이 있습니다. 설마 이 번역질을 클리어 안한 분이 보지는 않을테니...
아키라가 아마 유일하게 활약하는 파트. 사실 팔명진 히로인들이 제대로 활약하는 때는 각 루트 최종전 뿐이지만요. 마사다 왈 히로인들이 있어야 각 루트 최종보스를 이길 수 있다고 했으니 그말대로 되긴 했습니다. 이 파트 묘사에서 나오듯이 아키라의 급단은 조건이나 성능 자체가 그렇게 놀라운 건 아닙니다. 다만 세-지에게 완벽한 상성을 자랑하는 기술이라. 좀 다르지만 좀비몹한테 치유마법을 거는 느낌이랑 비슷하달까요! 여튼 작중에서 노생들이나 쿠보 등을 제외하면 분명 최강급이긴 하지만 묘하게 상성이 안맞아서 이래저래 고통받는 세-지. 이 뒤에 이어서 또 다시 마나세 일가한테 괴롭힘 당합니다!
노생이란 도구에 대한 집념을 작중 내내 광기를 품으며 보여준 세-지가 딱 한번 다른 도구에 눈을 돌리고 그게 패배의 결정적 이유가 되죠. 만선진에서 헤이세이(현대 버전) 세-지는 아키라(이 시점에서는 할망구)에 대해 '이상하게도 이길 수 없는 신기한 사람'이라고 묘사하는데 이 싸움에서의 인연을 떠올려보면 참 훈훈하기도. 여기서 아키라가 바라는 정당한 히이라기 가족의 모습이 만선진에서 구현됩니다.
<공기가 맛있어!>, <동정했구나, 나를――>는 세-지의 히트대사들. 가끔 샤워하면서 혼자 외쳐보면 재밌어요 이거. <동정했구나, 나를――>은 세-지의 키메세리후란 느낌. 판매용 세-지 셔츠엔 아예 공기가 맛있어란 단어가 박혀 나오죠. 디자인을 좀만 더 센스 있게 만들었다면 샀을지도... 어쨌든 이 대사들은 만선진의 역십자 난텐이 그대로 오마쥬.
처음 플레이 할 때 세-지가 최후의 발악으로 꺼내드는 수수께끼의 왼팔이 요시야의 무엇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수기를 봐도 알 수 있으며 클리어 후에는 쿠라나의 왼팔임이 확실해지죠. 그런데 문제는 수기를 보건데 쿠라나의 왼팔을 강탈한 시점이 요시야들이 한단에 진입하기 전으로 추측되며, 그렇다면 이 시점까지의 쿠라나의 왼팔은 강탈당한 셈인데도 공통루트의 신노 대 쿠라나 전에서 쿠라나가 왼팔을 이용한 급단발동을 노리는 듯한 묘사는 무엇인가 입니다. 오류인건지 내가 이해 못한건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요시야는 이 싸움에서 마지막까지 세-지의 혈통을 받지 않았다며 그를 아버지라 인정하지 않습니다. 8층 세-지전의 핵심.
「기다렸다 이 순간을!」
죽을 병과 결별, 초월자로서의 신생은 이제 곧. 자, 노래해라 나의 구세주―― 지금이야말로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재탄생한다!
「안돼, 냅둘까보냐……앗」
그런 결말은 아키라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발자국 떨어진 위치에서 되는대로 희롱당하는 요시야를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녀의 눈으로도 잘 안다. 지금 그는 모든걸 잃어버리면서 절망과 고통 속에서 필사적으로 계속 싸우고 있다. 자신이 아주 좋아했던 부분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그 대신에 죽을 병으로 차례차례 바뀐다. 솔직히 정말 보고있을 수 없다. 저래가지고는 마치 병마를 담는 고기그릇일 뿐 아닌가. 비참한 모습인데도 그것을 본인이 제대로 감지할 수 없어서 더욱 가슴이 매인다. 사고능력마저 이제 한조각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지적인 눈동자가 진흙처럼 탁해져간다…… 무저항의 모습은 마치 인형같다, 외도의 교환작업을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계속 받고 있다. 역십자에 매달려있는 부러워해진 결과가 눈에 들어왔다.
「모두 이만큼이나 빼앗겼어……」
그 평온한 나날의 그림자에서 고조와 에리코는 대체 어느만큼의 파멸을 새겨져왔던 것일까. 괴로움을 알아주는 것은 이제 할 수 없지만, 요시야마저 저 남자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반드시 지킨다. 그걸 할 수 있는 건 단 한명, 자신뿐. 꿈을 가속해라 마나세 아키라―― 지금이 진정한 중대국면이다!
「저기, 들리니…… 요시야」
세이쥬로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
「걱정같은 거 전혀 안해도 좋으니까」
소중한 건 그. 달래주고 싶어, 안아주고 싶어. 가슴에 머무는 이 따스함을 한번 더.
「너에 대해서라면 난 뭐든 알고 있어. 아버지에 대해, 에리코씨에 대해. 아유미에 하루미츠, 린코나 미즈키나 나루타키에, 천신관부터 전진관까지. 쭉 함께 자랐고 같은 경치를 봐왔으니까. 전부를 빼앗기고, 모두를 잊어버려도…… 그때마다 추억을 덮어줄 수 있어. 난 결코 잊지 않아. 왜냐하면, 요시야를 정말 좋아하니까」
얼마나 나눠준다 하여도 사라질 수 있을 감정이 아니다. 내 마음은 물건이 아냐.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맹세했었지. 어떤 아픔도 반드시 치료해준다고! 흐아아아아아아――――앗!!」
불굴의 정신이 아키라의 꿈을 한층 더 예리하게 만든다. 진의 기도[각주:1]가 다시 요시야 속에서 가득 차도록. 바라는 건 단지 그것뿐, 따라서 하나의 감정에 건 힘이 일찍이 없었던 기적을 일으킨다. 번쩍이는 빛이 역재생처럼 결손부위를 덮어가며 지금까지 불가침이었던 병에도 서서히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이 그대로 형태로 나타난 것 같은 광경은, 확실히 자애의 분류다. 보는 사람을 매료하는 빛의 소용돌이, 성스러운 입자가 상처투성이의 용사를 포옹한다.
「――부러워」
그리고, 그런 걸 보고도 이 남자의 좀이 쑤시지 않을리 없고. 번뜩이는 기아의 시선이 치유의 꿈으로 휘감겼다.
「너의 힘이 처음부터 내게 있었더라면」
세이쥬로는 아마카스의 권속이 되어 마인화 했지만, 그걸로 병을 완전히 지워낸 것은 아니다. 다만 지극히 튼튼한 생명체로 변모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은 견딜 수 없는 업병을 짊어진 채로 생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에도 세이쥬로는 변함없이 여전히 병들고 있다. 그가 이 고통에서 해방된 것은 생애 단 한번도 없다. 그렇기에 아키라의 꿈을 선망한다. 자신에게 저러한 게 있었더라면 아주 편했을 거라고.
「시끄러! 나라고 해서!」
그리고, 그 망집을 피부로 느낀 아키라는 웃기지 말라고 생각한다. 후안무치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처음부터, 너가 이런 남자가 아니었다면……!」
얼마든지 치료해 줄 수 있었고, 그 회복을 바랐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이만큼이나 살고싶다고 이 남자는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까. 세이쥬로의 어둠을 이해하고, 생존에 대한 엄청난 갈망을 알고, 그 마음은 더 깊고 강해졌다. 아키라도 지금 좋아서 싸우는 게 아니다. 요시야나 천신관의 동료들도 적을 쓰러뜨리고 싶어서 이렇게 용사극에 몸을 던지고 있을 작정은 아니다. 악당 이외에는 도와달라고 요구한다면 기꺼이 손을 뻗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양식도 갖고 있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어째서 뼈속까지 이렇게 무서운 남자인걸까라고. 만약 이 귀축외도가 그저 당연한 요시야의 아버지였다면, 이제 와서 슬플 정도로 생각해버린다.
그건 있을 수 없는 만약의 이야기. 우리들, 소꿉친구들이 떠들고 있는 걸 언제나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고조와 에리코. 그 풍경에 히이라기 세이쥬로 존재했어도 좋았을 거다. 그가 정말 조금이라도 정당하다면…… 분명 편벽한 인텔리 아버지로서 내 아버지나 아들인 요시야와 매일 말다툼을 하고 있었겠지. 말이 심하잖아. 시끄럽다 아둔한 놈. 그런 말투는 너무하잖냐 세-지……라고 뻔한 다툼을 시작하는 세명 사이에서 그저 허둥지둥하는 에리코씨. 그리고 우리들은 그걸 멀리서 바라보며, 아아 또냐 라며 어깨를 으쓱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언제나 그런 느낌으로 소란스럽고 쓰다듬으며 으르렁거리는. 그러나 마지막엔 언제나 깔끔하고 둥글게 정리되고. 그런 상냥한 세계가 있었다면 병이 발병한 세이쥬로를 일치단결하여 구해내려고 분주히 돌아다녔을 것이다. 치료용의 한단을 어떻게 해서라도 현실로 꺼내자며 우리들은 뜻을 같이할 것이 뻔하다. 결국, 세이쥬로의 인덕이 그 미래를 파괴했다. 타인을 표본으로서 수탈해 온 남자는, 지금 가장 바랐을 터인 건강을 손에 쥘 수 없다. 그게 아키라가 이 귀축에게 보내는 마지막 자비였지만, 그러나.
「동정했구나, 나를――」
요컨대 그 감정은 연민이다. 찾아온 호기를 역십자는 놓치지 않는다. 미칠 듯이 기뻐하며 드디어 그녀도 수형자의 고리에 걸렸다.
「아――――」
병에 찌든 마수가 다가온다. 일직선으로 내 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주마등처럼 연장되는 체감시간. 순간을 영겁같이 느끼면서. 미라처럼 마른 다섯개의 손가락이 아키라의 진심을 잡았다. 그리고 두명은 눈치채지 못한다. 이것은 한단에 들어가고 나서 처음으로 보인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변심이라는 걸. 노생이 되는 것을 꿈꿔왔다. 일심분란으로 그저 강하게. 그것이 지금 아키라의 꿈으로 목적을 변경한 것이다. 이 국면에 있어서 제1목표를 잃었다. 망집의 근간이었던 삶에 대한 갈망은 그의 안에서 너무나 강하다. 격렬한 충동은 이성의 사슬을 뿌리쳤다. 그걸 기회로, 계획대로 진행되던 현상은 뜻밖의 사태로 바뀐다.
「날 치유해라, 지금 당장……!」
세이쥬로는 아키라에게 바란다. 부디 내게 빛을 달라고.
「그래, 내가 널 치유해줄게」
아키라 역시 세이쥬로에게 바란다. 어둠을 없애주고 싶다고.
요구하는 자와 주는 자. 서로가 서로에게 같은 미래를 손에 쥐었다. 즉 합의, 둘이서 만든 틀에 빠져든다.
「그대가 날 의심해도, 난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 그대는 소중한 사람이니까」
뽑아내는 그 말은 의(義)의 견사의 대명사.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축생을 앞에 두고 이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인간은 과거 두사람 뿐이었다. 그리고 아키라는 마나세 고조의 딸이다.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동경하고, 자랑스러워 하며, 사랑하고 있다.
「급단·현상――」
세이쥬로의 실책은 그 사실을 이 국면에서 잊은 것. 그에게 가장 귀찮은 인종의 피를 잇고 있는 아키라를, 그 부수하는 위험성을 무시해버린 것에 있다. 그만큼 이 남자가 품어왔던 병마는 무겁다. 따라서――
「이누카와 소스케―― 요시토!」
찰나, 사랑을 빼앗기기 직전에 솟아오른 것은 성스러운 빛의 기둥. 요구한 하나의 결과를 향하여, 여기에 협력강제가 발동된다.
「후후, 후후후후후. 크크크크크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의도찮게 눈을 뜬 아키라의 급단. 폭발적인 빛의 파동을 받고, 세이쥬로는 목이 갈라질만큼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나게 웃는다. 왜냐하면, 이 한단은 공격적인 것이 아니었다.
「공기가 맛있어!」
상쾌한 호흡을 할 수 있다.
「몸이 가벼워」
몸 속의 결정이 사라졌다.
「멋지구나! 이것이 죽을 병이 사라지는 감촉이란 건가!」
천사의 축복을 받은 듯이 모든 병이 치유되어 간다. 바라던 자신의 신체를 얻고, 쾌유의 고양을 소리 높여 갈채한다.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생애는 항상 고통과 함께였다. 시한폭탄처럼 차례차례 발병하는 불치의 업병. 폭풍우처럼 덤벼드는 격통, 환각. 곪아 썩어가는 오장육부. 적출 불가능한 뇌종양. 좀스럽게 뜯어먹히며 죽음에 직면하고 있는 공포와 분노, 그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이 빛으로 사라져간다. 일찍이 없던 해방감이 생기가 되어 그의 안에서 질주한다. 최고다, 이거다 신세계―― 비원을 마침내 성취했다!
「아주 잘했어, 칭찬해주마! 아아 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거냐 네놈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요시야와 아키라가 사랑스러워 어쩔 수가 없다. 자신에게 바쳐진 공물 중에서 최고의 공헌도라며 극찬한다.
「그러니 한 웅큼도 남기지 않으마. 이걸 최상급의 자랑으로서 앞으로도 날 위해 헌신하는 게 좋을거다!」
이렇게 편리한 걸 다른 놈에게 넘겨줄 성 싶으냐. 역십자가 제물을 요구하며 공명한다. 자, 최후의 한방울까지 자겨가기 위해 재구동 한―― 다음 순간.
「뭣――――」
안쪽부터 팔이 터졌다. 그리고, 이변은 그 뿐만이 아니다.
「커헉…… 어, 째서」
뼈가 분해된다. 피부가 노화된다. 체모가 빠지고 생기면서 교체된다. 날뛰는 고동이 멈추지 않는다. 니트로엔진처럼 폭발적 활동을 하고 있다. 이상하다, 자기회복을 해도 효과가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치유하려고 하면 할수록 보다 심해져간다.
「이건, 설마……!?」
결과와 수단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세이쥬로는 바로 상황의 진실까지 생각이 미쳤다. 자신은 분명히 지금도 정화를 받고 있다. 다만 그것이 상궤를 벗어난 과잉상태에 있는 것 같다. 이른바 과회복을 받고 있다고 간파했다. 이것은 통상, 자연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이상현상일 터다. 얼마나 이상한 생명이라도 스스로를 과하게 치료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물론 아키라도 이렇게 잔혹한 공격수단을 꿈에 요구하는 인간은 아니다. 그녀의 급단은 본래 동료를 치유하는 성스러운 힘이다. 그 본질은 “요구하는 만큼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며, 말할 나위도 없이 깊은 애정으로부터 체득한 것이다. 광범위 사정거리의 총원순시회복……으로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용도. 조건이 곤란할수록 힘이 강해지는 급단의 성질에 비추어 보면 절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전투에서 동료가 아키라에게 치유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응한다는 관계는 당연한 일이니까. 그들, 전진관 사이에서 그 신뢰관계를 요점으로 발현하는 지극히 간단하고 쉬운 급단이다. 본래라면 조리를 무시한 과회복 따위 일으킬 수 있는 꿈은 아닌…… 그러므로 이 자괴현상을 부른 것은 결코 아키라가 아니며, 합의한 세이쥬로에게 문제가 있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너무 요구한 것이다.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남자의 진실은 위독환자이며, 게다가 단 한 번도 건전한 상태를 체험한 적이 없다. 움찔하는 것만으로도 관절의 마디들은 삐걱거리며 삐뚤어지며, 항상 신체의 어디선가 병마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식으로 밖에 정상인의 상태를 알지 못하고, 그걸 요구하는 갈망은 누구보다 깊고 무거웠다. 따라서 끝없이 바랐고, 아키라의 꿈은 응해버린다. 더 내놔라. 더 넘겨라. 내게 빛을―― 정화해라. 늦었다 생각했을 땐 이미 뒤늦음. 평범한 사람에겐 절대 불가능한 영역의 기원은 요구한 만큼 세이쥬로를 계속 치유한다. 그가 무엇도 부럽지 않게 될 때까지. 즉 이대로 모두 불타버려 재가 될 때까지. 인과응보로서 방문한 결과를 이를 악물면서――
「자멸하라는거냐, 웃기지마아아!」
스러져 날아가버릴 수 없다는 분노의 고함도 허무하게 공간을 흔들 뿐이었다. 너무 격렬한 혈류속도에 모세혈관이 견딜 수 없다. 급속한 초신진대사, 세포가 곧바로 노폐물로 변해간다. 육체가 단번에 산화하고, 그걸 막기 위한 항산화 작용이 더욱 더 내장기관을 활동시킨다. 멈추지 않아. 멈추지 않아. 빛에 물어뜯겨 살해당한다――! 그토록 바란 치유의 손에, 그는 숨통이 끊어져간다. 그러니――
「알겠냐, 결국 그런 거다」
「부럽다 부럽다고, 넌 너무 많이 바랐어」
다친 몸을 일으켜 이자식의 패인을 들이댄다. 격노하면서, 동시에 녀석은 놀랐다. 내 말이 고하는 사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으니까.
「만약 너의 안에서 한조각이라도 정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어머니나 고조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면―― 분명히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거다. 그렇지, 아키라」
「아아. 알아, 요시야」
소중한 이름은 이미 생각해냈다. 내 이름은 히이라기 요시야. 동료의 이름은 세라 미즈키, 타츠노베 아유미, 가도 린코, 오오스기 하루미츠, 나루타키 아츠시. 소속은 천신관―― 어머니의 성함은 히이라기 에리코, 아키라의 아버지는 마나세 고조. 이녀석 덕분에 되찾을 수 있었어. 놀라고 있는 건 빼앗았을 터인 너뿐이다 세이쥬로.
「있을 수 없어…… 넌 내 손으로, 기억도 정신도 빼앗겼을 터다. 도리가 맞질 않아, 아아 어째서냐, 네놈 대체 뭘 한거냐!」
따라서 지금도 이런 상황마저 모른다. 나도 사람, 그도 사람. 자신과 타인을 대등하다 생각하지 않는 그 일그러짐. 이 마지막 순간에서 치명상이었다는 걸 아직 생각도 하지 못하는거냐. 화를 넘어 이젠 불쌍해. 이것도 악감정이지만, 그 이상으로 슬프다고 느낀다. 그러니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된다. 매우 소중하고, 그리고 당연한 것을. 내가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 따위 누구라도 알 수 있는거다.
「간단해. 뭐라 하든 난 이녀석을 사랑하고 있다」
가슴을 펴고 단언한다. 이 사실이 날 지지했다.
「마음은 물건 따위가 아니니까」
감정은 한번 없어졌다 하여 그대로 두 번 다시 살아나지 않는가? 다르다―― 몸은 확실히 그렇다 하여도, 마음은 안에서부터 길러가는 것이다.
「얼마나 빼앗긴다 해도, 다시 얼마든지 솟아나는 거다!」
그렇게 포효하며 이 마음을 부딪히기 위해 뛰쳐나간다. 용기가 있어, 공포도 있어…… 저자식이 무서워, 그래서 지지 않겠다고 느끼고 있어. 정도, 사랑도, 인의팔행에 속하는 모두. 다시 살아난 다수의 마음이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최대의 승기를 놓치지 않아. 이걸로 너와 결착을 낸다……!
「――가까이 오지마!」
순간, 역십자를 뚫고 나타난 것은 특별할 것도 없는 왼팔. 정체 모를 이생물에게서 멀어지듯이 세이쥬로가 순간 내지른 것이 그것이었다. 그 팔에 어째서인지 기시감을 느끼지만…… 하지만 딴 생각 할 유예는 없어. 아마도 이것이 녀석의 최후의 수단이겠지. 지금까지 숨겨둬 왔던 비밀 중의 비밀, 다른 것과 비교해 봐도 쓸만한 도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을 발생시켰다.
「뭐지, 이건……!?」
이상해, 땅을 차고 있는데도 접근할 수가 없다. 얼마나 다리에 힘을 집중해도 추진력 그 자체를 살해당한 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게 됐다. 이건은 뭐지, 어떻게 된거냐. 경치가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간섭을 받고 있는 건 공간 자체인가? 아니면 내 인식이 미쳐가고 있는 덕에 제자리걸음 하고 있을 뿐인가? 직진하는 것도 곤란하게 되어 아무 방향으로 몸이 흐를 거 같다. 이 난관을 넘지 못하는 이상 세이쥬로에게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와 비교하면 대단한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놈들이…… 깃털과 같은 주제에 가볍게 다가오지 마. 기분이 더럽다!」
그러니 내게서 멀어져라, 자신의 집념과 비교하면 넌 어차피 솜이나 깃에 불과하다…… 그 정신과 호응하여 수수께끼의 공격이 더욱 효과를 강화한다. 원리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몸의 평형감각이 명백히 터무니없는 상태로 빠져든다. 바로 직진할 수가 없다. 힘을 넣은 성과가 없고 마치 공기 자체에 희롱당하는 느낌이다. 수십미터의 거리가 만리로 착각될 만큼 저 멀리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난 다시 이녀석을 바보라고 생각했다.
「어이 없군, 가벼운 건 대체 어느 쪽이냐」
빛을, 더욱 빛을 원하며 상대의 빛을 빼앗아 온 남자가 말하지 마라. 타인의 소유물로 장식하고 자신은 이걸로 위대하다고 위장해왔을 뿐이지 않나. 질 수 없는 기분을, 무리해서라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힘으로 바꾼다. 아마 이용하고 있는 건 해법이나 창법…… 내 무언가를 크게 캔슬하고 있는 건지, 공간 그 자체에 특성을 가하고 있는 건지. 또는 그 둘 다인지. 어느쪽이든 분석할 시간마저 내겐 아깝다. 확실히 세이쥬로도 서서히 붕괴하고 있지만 내게도 이게 최대한의 성패다. 신속하게 결착을 내지 않으면 이쪽이 패배할거다. ――따라서, 나아간다. 십의 힘으로 일보밖에 접근할 수 없다면, 백의 힘으로, 천의 힘으로. 그래도 무리라면, 만의 힘을 쥐어짜내 돌격한다. 극법의 일점에 모든 자질을 쏟아부어 역십자에게 돌진한다. 그저 똑바로.
「새겨둬라, 이게 히이라기 요시야다. 어머니가 키워주고, 아키라가 믿어줬기 때문에 난 여기까지 겨우 도달할 수 있었다. 절대 네 피가 있었던 덕분이 아냐. 너에게 받은 혈통같은 거, 요만큼도 없다고!」
가장 말해주고 싶었던 말을 던지면서 크게 팔을 쳐든다. 저기, 어머니. 내가 지금부터 이녀석을 그 세상에 보내줄게. 우리들이 받은 것…… 애정, 긍지, 거기서 나타나는 의(義)의 강함. 그걸 되도록 보여줄 셈이야. 바보는 죽어도 낫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왕바보 자식은 어떨까. 그래도 반드시, 이번에야말로 뭔가 바뀔 거라고 믿고 싶으니까. 뒤는, 당신에게 맡깁니다.
「그러니까 어머니, 행복하시길」
그렇게 바라면서 휘두른 일격이 히이라기 세이쥬로를 폭산시켰다. 휘두른 일격에 대단한 위력은 없었지만 한계 직전이었던 녀석의 몸은 산산조각으로 날라갔다. 끝없는 재생과 회복의 연속에 섞인 한방울의 파괴행위. 그것은 지금까지 무너지기 직전에 유지되고 있었던 저울을 단번에 파멸로 기울게 한 것이다. 세이쥬로가 사라져간다…… 배후에 붙잡아놨던 악덕의 역십자와 함께. 잡혀있던 어머니들의 마음이 드디어 본인이 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이 파트의 묘미는 세-지와 요시야의 대화. 괴멸적인 인간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는 세-지와 도저히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아들내미 요시야의 극과 극이 대립하죠. 특히 좋았던 부분은 자신에게 노생의 자격이 있는건 당연히 어머니의 인과 덕일텐데도 그런 간단한 모순을 눈치채지 못하는 세-지의 논리를 반박하는 장면과, 오리지날리티가 없다고 디스하는 요시야를 그러는 네놈이야말로 오리지날리티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는 세-지. 하나 웃긴건 주장의 논리는 그렇다치고 요시야의 기술들 역시 전혀 오리지날리티가 없는데 말이죠...
세-지의 급단 협력강제 조건은 이 작품에서 가장 잘 만든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빡친다, 밉다, 불쌍하다, 동정이 간다 등등 그를 앞에 두고서는 이러한 부의 감정 외엔 품기 힘든 게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인간입니다. 희소종에 대한 생물의 본능. 미지의 괴물을 해석하고, 도리라는 족쇄를 채워 안식을 얻으려 도모한다는 말은 정말이지 공감가는 말. 그리고 그런 '알고싶다'는 감정마저 이용하는 세-지의 인간쓰레기다움이 더욱 부각됩니다. 그야말로 귀축외도. 정의로운 주인공이자 어머니를 살해당한 요시야는 계속 ㅂㄷㅂㄷ거리며 이 조건에서 벗어날 수가 없죠. 그렇기에 나중에 나오는 8층 클리어조건이 되니 그때와 비교해서 이 파트를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아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세-지의 썩은 표정이 완전 매력적. 보고 있으면 막 심쿵거림. 사실 마사다 작품 중에서 이렇게 대놓고 비열한 표정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거의 없죠. pv 때부터 뻑감.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진실은 이미 구제할 길이 없는 위독환자다. 꿈의 가호가 없으면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사회적 약자. 육체적 강함은 어린아이에게도 뒤떨어지는 모양이며, 도저히 타인에게 오만한 태도를 관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타인이 없으면 며칠도 살지 못하고, 실제로 그런 인생을 지냈을 것이다. 에리코나 고조가 곁에 없었으면 한단법의 완성도 불가능했다. 도중에 죽을 뻔했던 일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그렇다 하는데도 세이쥬로는 있는 그대로의 귀축이다. 감사의 마음따위 한조각도 품지 않는다. 오히려 어쩌라는 거냐, 역일 터다. 네놈들이야말로 내게 사용되니 영광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도리가 통하지 않는 불손함을 전방위로 퍼붓는다. 그리고…… 그렇기에 누구도 이 남자를 방치할 수 없다. 눈을 돌리고 거절하든지, 성심껏 보살펴주든지. 어느 쪽이든 무감각으로 있는 것은 절대 할 수 없다. 그래, 결코.
죽을 병에 침식된 신체는 약하고, 추하며,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게 되는 상태니까. 이 남자를 아는 자들은 그대로 둘 수 없고, 내버려둘 수 없다. 히이라기 세이쥬로를 시야에 넣고도 어떠한 감정을 품지 않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다 말할 수 있다. 중병인을 내버려두는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싫다고 멀어지는 것도 큰 기피감과 생리적 혐오감이 심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악랄한 것은, 그 자신이 그러한 감상을 품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서 이용한다는 점에 있다. 약해져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이런 처지라면 누구라도 미친다―― 그도 원해서 병에 침식된 것은 아니다―― 등, 사소한 동정심이라도 품어버린다면 이미 세이쥬로의 생각 대로다. 질투의 십자가에 매달리고 모든 빛을 빼앗긴다.
이런 남자를 타도한다니, 멀쩡한 감성으로는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분노나 증오를 품지 않는 것은 할 수 없고, 그렇다 하여 깔끔하게 때려잡으려 해도 중병인이라는 사실과 사정이 대립하는 자에게 동정을 권한다. 무언가를 느끼지 않고 있을 수가 없다. 따라서 히이라기 세이쥬로를 타도할 수 있는 자는 이 귀축을 마음 속부터 사랑할 수 있는 자뿐. 아내나 친구, 그리고 아들을 단순한 공물로 인식하고 있는 남자의 근성. 그것을 충분히 알고, 더 나아가 긍정할 수 있는 존재만이 그를 쓰러뜨릴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그런 조건에 합치하는 자는 한단에서도 악마뿐이다. 아마카스나 신노처럼 외도를 축복하고 귀축을 갈채하는 상대만이 역십자의 형태에 들어맞지 않는다.
혹은 애당초 사람의 도리를 갖지 않는 천재지변이라면 통과할 것이다. 쿠보처럼 인류 그 자체를 길가의 돌이라고 생각하는 무리라면 세이쥬로를 미워하고 말고도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기에 그의 승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에리코를 죽였다. 친구를 다치게 했다. 요시야는 반드시 분노할 것이다. 의분이라는 악감정을 불태우는 정의로운 남자…… 그에게 있어서 이정도로 용이한 사냥감이 어디 있을까.
길었던 삶과 죽음의 투병도 여기서 끝이다. 다시 태어난다. 노생이 태어난 오늘 이날이,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생일이다.
「자 축복해라, 나의 여호수아」
너의 모두를 꿈의 마지막 조각에 이를 때까지 위대한 창조주에게 바쳐는 게 좋을거다. 너는 나를 위해서만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다. 히이라기 요시야라는 그릇은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난 선물이니까.
「거절이다」
「멋대로 하라지」
입을 열자마자 고해진 의미를 모를 말을 의연히 상대에게 되돌려준다. 축복하라고? 바보같은 말이군. 대체 너의 뭘 보고 뭘 찬송하라는 거냐. 경치에서 부각되고 있는 흰색양복이랑은 반대로 경내의 어둠보다 더 어두운 불길한 흉조가 전신에서 배어나오고 있다. 흘겨보는 시선은 아이처럼 순수할, 터인데 사악이란 말보다 더한 삐뚤어짐.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이자식은 정말로, 어디까지나 최저인 채다…… 갱생의 여지가 한 움큼도 안보인다. 그게 열 받고, 동시에 매우 슬퍼진다. 그래서 이렇게 대치할 때마다 내 안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용암이 되어 흘러넘친다. 구역질이 나오는 역겨움은 지금도 더 강해지고, 깊어진다. 공간에 독을 늘어뜨리는 것처럼 당장이라도 내게 모두를 빼앗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는 굶주린 늑대같은 눈빛이 말하고 있다. 격돌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걸 결심하고 왔으니까 이제 와서 마음에 두려움은 없었지만. 최후의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이것만은 분명히 해둬야 한다.
「하나만 들려줘라. 아키라가 말하기를, 너는 내가 가진 힘…… 꿈을 현실로 꺼내는 서버권같은 걸 강탈하려는 거군. 그러면, 너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히이라기 에리코는 어디까지나 그것만을 위한 인간이었나. 단지 날 만들어내기 위한 부품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다만?」
말을 고르지 않는 한숨의 긍정. 이녀석은 반대로 이쪽의 제정신을 의심하고 있다. 왜 이제 와서 그런 다 아는 걸 묻느냐는 듯이.
「내게 있어 너는 노생이 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아. 그를 위한 수단으로서 시험관은 필요하겠지?」
「그럼, 어째서 어머니를 선택했나」
「아아」
그걸 듣고 녀석은 태연스럽게, 그저 한마디.
「근처에 있었으니까다. 조달의 수고를 덜었지」
허무하게도 최저의 사실을 입에 담는다. 마치 근처의 개나 고양이로부터 적당히 골랐다는 말. 이녀석에게 있어 어머니는 진실로 그런 거라고 깨달았다. 부들거리는 주먹에서 한방울의 피가 흘러내리고, 움켜쥔 손끝을 심홍색으로 더럽힌다. 왜, 어째서, 이 남자는 이러한가…… 그리고.
「고작, 그정도의 이유로……」
「요시야……」
날 혼자서 키워 준 어머니는 네게 모든 걸 빼앗겼다는 건가. 그냥 운이 나빴다고, 그걸 납득하라고 하는 거냐.
조용히 노기를 발산하는 나를 보고 녀석은 납득한 듯이 끄덕였다. 그리고 마음 깊이, 시시하다고 말할 듯하게 낙담의 한숨이 샌다.
「과연, 납득했다. 즉 너는 에리코가 우수한 여자였다고 믿고 싶은 거군. 저게 뛰어난 모체였으니까, 어떤 전형기준에 일치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내가 손수 공들여서 선택했다고―― 바보냐 너. 정반대잖냐. 물건의 도리를 모르는군. 그년의 피가 섞이면 여기까지 머리의 회전이 나빠지는 건가? 네가 노생이라는 자격을 얻어서 태어난 건, 당연히 내 종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사막이든 심해든, 종을 뿌리면 나라는 재기는 어디서든 싹이 튼다. 극론, 에리코의 배든 개의 배든 배양액으로서 같은거다. 어머니의 명예가 이렇다 저렇다, 시시한 구애로 모독하지 마라」
진심으로 그게 세상의 진리라고, 그런 얼굴로 설명하는 이자식이―― 아아 젠장, 의식이 비등할 거 같다.
「아키라, 미안하다. 슬슬 참는 거도 한계다」
「말 안해도 알아. 나도 기분은 마찬가지니까」
느낀 인상은 완전히 동일. 이자식은 글러먹었다 외엔 없다. 괴멸적으로 끝나 있는 인간성은 분명 한번이나 두번 죽는 걸로는 고쳐지지 않을 정도로 병들고 미쳐있는 것이었다. 죽을 병에 침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가…… 아니면 선척적으로 이런 건가. 어느쪽이든 늦었다, 넌 많은 자들에게 사죄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죄할 수 없다면, 적어도 저세상에서 갚아야 할거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효도. 내가 이 손으로 널 어머니와 만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너의 착각을 바로잡아 주마.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노생이 아니지만 히이라기 요시야는 노생의 힘을 갖고 있다. 이 힘이 무엇인가, 어떤 것인가는 내게 아무래도 상관없어. 하지만 그것이 대체 어디서 왔냐고 한다면…… 그 인과는 어머니 외에 존재하지 않을 터다」
임계점에 이르는 공기 속에서 무기를 창조하면서 본인만이 눈치채지 않은 모순점을 지적한다. 어린애도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유전론이다. 너의 피에는 어떤 우성도 머물지 않았다. 그러니――
「네놈의 이론은 최초부터 파탄하고 있는거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아――!」
여시축생발보리심…… 지금부터 우리가 어머니는 보살의 마음에 이르고 있었다고 증명해준다! 끓어오르는 의분을 철의 막대에 실으면서, 싸움의 화약고는 열렸다.
밤의 경내를 비추듯이 몇 번이고 불꽃이 튄다. 1초에 최소7회, 많이는 20회. 지르고 지르는 폭력을 전부 맞기 직전에 격추하면서도 그 위력에 기 죽는 일 없이 다음 공격으로 연결한다. 지난번과 같은 추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난 싸우고 있다. 이 악마같은 남자을 정면으로 상대하고 있다. 어머니를 살해당하고 동요하며 어쩔 도리 없는 상황에 농락당한 그때와 같지 않다. 단련해온 시간과 그동안 겪었던 죽음의 고난이 일거일동에 있어 힘의 결정화하여 축적됐다. 구동하는 한단은 과거 최고의 강력함이다. 질 수 없어, 반드시 이긴다, 그 신념과 용기가 지금도 등을 떠밀고 있다. 하지만―― 그럴텐데도 녀석은 자릿수가 빗나가고 있다. 아니 이경우는 더 악랄하다 해야 할까.
「――윽, 크윽!?」
직각으로 휜 주먹이 이상한 궤도를 그려와, 강력하게 안면을 쳐맞았다. 코뼈나 두개골을 분쇄할 수 있는 위력이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그 직전에 일어난 일. ――또다. 이걸로 몇 번째인가 움직임이 스르륵 변했다. 마치 사진영화처럼 깜빡이는 순간에 히이라기 세이쥬로라는 남자는 전투방식을 여기저기 대체한다. 공격을 먹은 건 일합 전에 얻은 대책이 어떤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격이탈, 일격필살, 전광석화, 변환자재…… 손기술, 발기술, 유술, 강술, 살인활인, 1대 1부터 다대 1까지 다종다양…… 절조도 없이. 끓는물처럼, 장맛비처럼, 노도로 질러오는 변환자재의 공격. 심지어 고동의 템포마저 바꿔가면서 히이라기 세이쥬로는 공격을 거듭해온다. 게다가 그 움직임이 뭐든 예외 없이 달인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면 밀리고 있는 것은 자명한 논리다. 이게 만약 5개나 6개의 패턴이라면 어느 정도의 초일류라 하더라도 대응이 가능하다. 그 정도의 상대라면 이만큼 애먹을 일도 없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수단의 수가 다채롭다. 이 불길한 공기와 외측만을 남기고 알맹이가 아예 딴사람으로 바뀌어 가면 전투 중에 예측하는 것조차 할 수 없으니까. 소질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내 파단하고 전혀 다른, 이질의 업. 그리고 그 정체도 이미 짐작하고 있다.
「그게 네가 빼앗아 온 빛이냐」
「그말대로, 내가 집적한 도구들이다」
그때 우리들에게 썼던 것의 진실이 이거다. 이녀석은 타인의 자랑을 빼앗고 써먹는다. 거기다 선생님의 예를 보건데 약탈하는 대상은 물리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대가 쌓아올려 온 노력이나 재능, 자칫하면 마음이나 인생마저 이 기술에 빠지면 도려내진다. 그리고 그걸 도품의 왕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아, 확실히 강해, 만만치 않아. 그런데 말이지.
「얼마나 한심한거냐 넌」
타인에게 쥐어뜯은 힘을 자신의 물건인 마냥 의문도 느끼지 않고 과시하는 철면피.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자신을 자신답게 하는 오리지날이 전혀 없어. 다른 사람의 등에 빌붙어서 살아갈 뿐이잖나!」
그 감성을 난 근본부터 이해할 수 없다. 오리지날리티 어쩌구 보다는, 타인이 갈고 닦은 것에 대해 경의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 칭찬받아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걸 연마해온 사람들일텐데도. 단지 도구. 내꺼. 넌 날 위해 태어났으니까 내가 사용하는 게 뭐가 나쁜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사고회로로 완결하고 있다. 이 얼마나 텅 비어있는가. 알맹이가 제로다. 이녀석 안에서 병마와 증오를 빼버리고 난 다음엔 허무 밖에 남지 않는다.
「시시하군. 그러는 너야말로 전혀 오리지날리티가 없는 주장이다. 나를 상대하는 인간은 모두 그런 반응을 하지. 네놈들이 보기엔 꽤나 이단 같겠지만…… 그렇기에 결국은 알고 싶어한다. 그건 희소종에 대한 생물의 본능이다. 미지의 괴물을 해석하고, 도리라는 족쇄를 채워 안식을 얻으려 도모하지. 인류는 미지를 구축하여 영장류의 왕이 되었다. 전혀 이상할 건 없어」
특별한 것을 그저 특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력을 알고 싶다는 보편적인 감성을 이녀석은 배 속 바닥부터 깔보고 있다. 그런 꼬라지니까 너희들은 무른거라고, 병든 눈빛이 말하고 있다.
「이해 할 수 없겠지? 알고 싶어서 견딜 수 없겠지? 그리고 난 너희들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가르쳐주려 하는거다」
단언하며 하늘을 칭송하듯이 양손을 벌려.
「자, 내게 잠복하는 병마를 알아라」
무언가를 고한 순간 공격하러 덤벼든 내 오른팔이 근원부터 소멸했다―― 뿐만 아니라 더더욱 이상사태는 계속된다.
「크아악, 악……!?」
녀석의 배후에서 날아온 것은 내 오른팔. 총알도 비웃을 속도와, 무엇보다 심리적 동요로 직격을 먹어버렸다. 기우는 몸을 보며, 그러나 녀석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우스운 인형을 바라보듯이, 변함없이 영리한 얼굴을 향하면서 또렷하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오만불손한 여유 그대로.
「서단, 영단, 파단은 알겠지. 그럼 부모의 정이다. 그 다음을 가르쳐주마. 이것이 급단. 그 본질은 3가지 이상의 꿈을 동시에 겹쳐서 사용하는 것, 그리고 파단으로 얻은 특질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나와 너, 피아 사이에 특정순서를 밟게 하는 걸로 협력강제를 일으킨다. 상대가 깔아놓은 법칙에 올라탔을 경우 그것은 합의라고 보게 된다. 별로 드문 것도 아니지. 사무라이의 칼끼리 부딪혔을 때의 약속된 대결, 동서고금을 보면 그런 의식은 얼마든지 눈에 띌 터다. 상대와 자신이 모두 하나의 룰을 준수한다. 따라서 필살, 발동하면 도망칠 수 없다. 그도 그럴 게 상대의 합의에 올라탔으니까」
그것은 어느 의미로 당연한 거다. 서로 같은 룰을 지키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체스나 트럼프, 스포츠 등은 그 중에서도 분명한 것이다. 상대선수가 같은 룰 위에서 대결하기 때문에 게임은 성립되고 서로의 역량을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반대로 말한다면, 협력하여 하나의 법칙을 조립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까고 말해서…… 상대를 굴복시키고 싶을 뿐이라면 불의의 습격이라도 하는 게 훨씬 손쉬울 거다. 적과 자신의 사이에 특정행동을 금기하고, 그리고 반대로 장려한다. 그 형태를 지킬 경우 본래 존재하지 않는 법칙은 바로 그 순간 형태를 띄게 된다는 건가. 그리고 그것은 아마 자각의 유무따위 필요없다.
「내가 했던 행동이 네가 제시한 급단의 발동조건에 합치했다…… 그런 거냐」
「그렇다. 이것의 핵심은 어떤 식이든 상대가 깨닫게 하지 않고 그 조건을 밟게 하는가에 있다」
예를 들어 체스 룰을 모르는 초심자가 있다고 하자. 말의 움직이는 방법조차 모르는 그녀석이랑은 유희를 성립하게 하는 협력 작업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상대쪽이 능숙하게 유도하여 대국을 끝까지 해냈을 경우, 그것은 게임 룰을 모르는 채 지키고 있었다는 형태가 된다. 그러므로 협력강제, 합의를 얻는 다는 건 그런 거라고 세이쥬로는 말하고 있고, 나도 이제 와서 확신했다. 이녀석의 조건은 사전에 예상했던 대로. 그러나 알고 있었다고 해도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종. 아니, 오히려 알면 알수록 빠져든다. 깨닫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니 뭐니 하면서 술술 지껄이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천지가 뒤집혀도 뒤집을 수 없는 살인기술로 기능하는 것――
「넌 날 미워하지 않은 채로 있을 수 없다―― 그건 알고 싶다는 감정이며, 빛을 주고싶다고 부탁하는 거나 다름없지. 난 네가 부럽다―― 그건 너의 빛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며, 동시에 이해해도 상관없다는 허가나 다름없지」
즉, 그것이 히이라기 세이쥬로가 제시하는 협력강제의 조건. 증오, 분노, 적개심…… 그런 감정을 근본으로 하는 흥미의 마음이 최악의 저주가 되어 양자를 연결한다. 알고 싶다. 그리고 알게 하고 싶다. 싸움의 요점을 따지고 보면 그러한 이상, 역십자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크아악――」
순간 나를 덮친 것은 비교할 수도 없는 구토였다. 독안개로 가득 찬 듯이 대기는 청정함을 잃어간다. 생존본능이 죽음의 위기 이상으로 격렬한 무서움을 느끼고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이남자를 시야에 넣는 것은 위험하다. 보면 최후, 생애를 침식하는 최대의 죽을 병에 감염된다고 확신하……
「마르라 시들라 병을 살찌워라. 가득함이 마름과 같이, 가라앉아 살찌워라」
흘러나오는 저주와 함께, 녀석이라는 제조자가 놓치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급단, 현상―― 생사지박·파리란궁역십자가」
그리고 요시야에게 최악의 지옥이 출현한다.
「이, 것은――――」
이 광경을 난 어떻게 표현하면 되는걸까. 말이 나오지 않는다. 형용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강력한 악감정이 머릿속을 폭발하듯이 뛰어다닌다.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상상이 가는 만큼 어쩔 도리 없이 불안하게 된다.
「사랑을 안다. 정도 안다. 사람의 성질에 속하는 모든 것을, 나는 빠짐없이 알고 있다. 그러니 물론, 나 자신의 사악함도 누구보다 이해한다. 난 내가 원하는대로, 있는 그대로의 귀축으로 있을 뿐. 거기에 후회따위 한조각도 없다」
역십자의 포로들이 규환한다. 그것은 히이라기 세이쥬로의 어둠에 접하고 제물이 된 모든 사람들. 이 남자에게 부러워해진 비참한 말로가 거기에 있다.
「넌 나를 위해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내놔라. 그 빛은 내꺼라고, 병든 두 눈을 번득이며 손을 뻗는다.
「내게 부족한 것은, 단지 노생의 자격뿐이다」
이 외도를 앞에 두고 웃을 수 있는 감성 따위, 그야말로 악마 외에는 가질 수 없겠지. 또박또박 말하는 꼴을 용서할 수 없다. 하물며, 아아 하물며 그것은――
그 사람들, 은――!
「이 새, 끼가아아……!」
격앙한 순간 발을 디디려 한 다리가 소실했다. 그래서 어쩌라는거냐. 그런 고통이나 손상마저 머리에서 조금도 차지하지 않는다. 어떤 모습이 되었다 할지라도 내가 그 사람들을 잘못 볼 리가 없으니까.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는 한 더욱 술수에 빠진다고 해도…… 그래서 어쩌라는거냐. 이런 악행을 보고도 화내지 않는다면 남자가 아니다. 그런 바른 마음을 가지도록 난 키워졌으니까.
「증오와 애정은 표리일체, 라고 자주 말하지. 누구든 상대를 모르면 그런 종류의 정은 성립하지 않아」
그러므로 악마는 조소한다. 깊게 계속 빠져가는 나를 귀여워하듯이.
「날 미워하고, 동정하나?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한탄스럽나? 알고 싶다고 한다면 좋아, 가르쳐주지. 난 네가 부럽다. 등가교환의 성립이다」
악감정을 계기로 히이라기 세이쥬로에게 흥미를 품게 되는 것. 그리고 세이쥬로 자신이 상대가 가지는 장점을 부러워하고 원하는 것. 이 두 조건이 상호 간에 달성된 결과가 이거다. 우리들이 가진 빛과 이자식의 병이 그대로 교환된다. 실제로 방금 전부터 토혈이 멈추지 않는다. 놔내물질이 통각을 완화하고 있지만 병마를 받고 있는 건 틀림없겠지. 이 남자를 구성해왔던 세계관의 근원이 깊게 신체를 침식해간다. 당연히 적의를 계속 품는 한 그 끝은 오지 않는다.
「그렇다, 넌 이걸 깰 수 없어」
그리고 탈출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여기는 녀석이 창조한 공간이니까. 기본은 아마도 창법의 양면을 이용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타인에게 뺏은 꿈을 덧붙여서 동시전개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자식의 자질은 전방위형. 타인의 찬탈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그 소양도 모든 방면으로 고수준에 도달한 괴물이라고 이해했다. 그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것뿐. 얼마나 밉다고 바래도 탈출불능, 공략불능, 세이쥬로가 자랑하는 우위는 압도적이고 흔들리지 않는다.
「역십자에 잡히지 않는 것은 아마카스나 신노같은 악마 뿐이다. 혹은 사람의 도리를 모르는 사룡같은 인간 외이거나. 어느쪽이든 네게는 결코 불가능. 양식이라는 짐을 짊어졌기 때문에 매우 간단히 역십자에 걸리지. 봐라」
「요시야, 요시야아아……」
「미안하다 모두…… 내가 한심해서……」
「아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핫! 일어서 히이라기, 한번 더 굴려줄까?」
「빨리 도망쳐」
「우리는 괜찮으니까」
「너까지 이렇게 될 필요는 없어」
괜찮니. 사랑하고 있다. 살아남아라, 차례차례 던져지는 애정으로 가득 찬 성원을 듣고――
「어떠냐, 도움이 될 거 같나?」
저 티끝들이, 라는 멸소를 본 순간 이성이 한계를 돌파했다. 이새끼, 잘도―― 용서 못해!
「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한 신체는 깊게 병들어간다. 피부 아래에 지네가 기어다니는 감각이 생기기 시작하고, 목 위에서는 두통이 폭풍우처럼 끊임없이 의식을 휘젓고 있다. 환청에 환시, 한데 섞여가는 오감은 바로 서있는 일도 허가하지 않는다. 전신에 흐르는 혈액은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깎여간다. 빼앗긴다. 의분을 품으면 품을수록 히이라기 요시야는 줄어들어 간다. 전신의 뼈에서 칼슘이 사라진다…… 버티려했을 뿐인데도 전신의 뼈에 치명적인 균열이 간다.
그러자 세이쥬로의 배후에 매달린 신체가 서서히 윤곽을 띄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거울 너머로 본 인물의 모습에 조금씩 살과 뼈가 덧붙여져 간다.
「그런가, 그것이……」
「보이는가? 이게 완성했을 때 넌 내 것이 된다」
도취로 가득 찬 선언은 내 인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축복이었다. 사지가 사라지고 내장각종이 이것저것 빼앗긴다. 병소가 된 신체는 붕괴되고, 뻗어오는 손을 뿌리칠 수도 노려볼 수도 없게 된다.
츄신구라처럼 동인게 리메이크판. 별 생각 없다가 히로인을 지키는 보디가드란 이야기에 혹해서 체험판 좀 건드려봤습니다. 원래 이런 주인공-히로인 관계를 꽤 좋아하거든요. 물론 츄신구라는 할 생각 절대 없습니다. 그쪽은 정말정말 심각하게 취향이랑 정반대라.
사벨타이거라든가 묘하게 중2한 주인공이라든가 좀 오그라드는 곳이 많은 게 걸리지만 체험판까지는 그럭저럭 할만 했습니다. 뭐 그렇게 재밌단 느낌은 아닌데 아직 초반이라 그렇겠죠. 정 궁금하면 동인판을 하면 되겠지만 그쪽은 일단 그림이 그꼴이라. 아 그리고 에로씬이 좀 뜬금없...
브금을 elements garden이 맡은 건 조금 미스가 아닐까 합니다. 정말 언제나 중상타 레벨의 브금을 만든다는 인상이 남아있는데, 포장해서 말해주면 나쁘지 않은 브금이라 할 수 있지만 솔직히 기억에 남는 브금은 못 만들죠. 아무래도 이렇게 시나리오 중심인 게임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체험판 내내 기억에 남은 브금이 없고.
그리고 시나리오게라서 앵간해선 올클해야한다는 점이 또 곤란합니다. 암만 봐도 루트를 타고싶지 않은 히로인들이 다수 포진해서... 까고 말해서 토와 외엔 전부 건드리기 싫은데. 끽해야 리아 정도가 그나마 낫고.
생각보다 별로 멘트할 게 없네요. 본편도 하긴 하겠지만 재미없다 싶으면 적당히 하다 때려칠지도.